화장실 맘대로 못가고 CCTV로 감시 당하고
영화 ‘카트’ 개봉으로 유통업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양지역 백화점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26일 고양파주여성민우회에 따르면 민우회는 고양시 여성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최근 개최한 ‘여기,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란 집담회에서 여성 근로자의 노동 환경을 조사해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민우회 회원의 백화점 현장 방문과 인터뷰를 통해 근로시간, CCTV 설치 유무, 매장 노동자수, 노동자의 복장 등 총 12개 항목으로 이뤄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롯데, 현대, 그랜드 3곳의 백화점과 뉴코아 아울렛 등이고, 지난 6월17일부터 7월31일까지 진행됐다.
먼저 백화점 여성 노동자의 1주일 근무 시간은 평균 49.9시간(하루 10시간)이고, 점심시간은 평균 37.7분으로 조사됐다.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모두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8시간과 60분을 초과했다.
이와 함께 조사대상 4곳에 입점한 매장당 평균 2.78대의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산대 바로 위, 비상계단과 직원용 통로 등에 설치된 경우도 많아 방법용이라기보다는 노동자 감시용으로 활용된다고 민우회는 분석했다.
한 백화점의 경우 ‘4층, 5층 감시카메라로 신분파악 가능함. 흡연 및 취식 절대로 하지 맙시다’라는 경고 문구가 부착돼 CCTV가 노동자 감시용임을 확인시켰다.
또한 교대 없이 1명이 근무하는 매장이 다수 있었고 눈이 뻑뻑해도 안경을 쓰지 못하거나 종일 서서 근무하는데 불편한 신발과 복장을 착용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백화점 노동자는 급한 용무가 있어도 고객용 화장실과 휴게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백화점 측에서 통제하고 있었으며, 한층에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수기가 2곳에 불과한 백화점도 있었다.
민우회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자가 자유롭게 물을 마시고, 고객용 화장실과 휴게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7개 요구안을 4곳의 백화점에 전달했다.
민우회 관계자는 “백화점에는 물건만 있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있고, 이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여성 판매직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양=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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