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방송통신 관련 구매대행업체에 전자파 적합성 평가(전파인증) 의무를 부과하려던 정부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방송통신기자재의 구매대행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한 전파법 재개정안은 오는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명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여당 내에서도 이렇다 할 반대의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본회의 의결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파 적합성 평가 의무화 법안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봤다.
▲ 미래부 추진 전파법 개정은
당초 미래부는 지난 2012년 10월 전자파 미인증 방송통신기자재를 구매 또는 수입대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올해 6월께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달 4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현행법상 전파를 이용하는 기기는 전파 간섭에 의해 주변기기에 장애를 주거나 기기 자체의 오작동·성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행법상 전파를 이용하는 기기는 전파 간섭에 의해 주변기기에 장애를 주거나 기기 자체의 오작동·성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 미래부는 전파법 개정안을 통해 이 같은 전파인증 의무부과 대상을 기존의 정식 수입업체에서 구매·수입대행업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 단통법 ‘암초’… 재개정 동의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달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통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축소로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면서 해외직구를 통한 외국산 단말기 구입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래부의 전파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외국산 단말기 구입은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업체가 보급형 스마트폰 전파인증을 받으려면 시험비용 및 수수료로 약 3천300만원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부의 전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미래부 역시 전파법 재개정에 동의한 상태다.
전파인증 의무를 구매ㆍ수입대행업체로 확대하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다만 미래부는 미인증 방송통신기기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으려면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는 관세청의 수입 통관 단계에서 제품을 회수하거나 폐기 처분하는 등의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여전히 남아있는 불씨
정부와 국회가 전파법 재개정에 뜻을 함께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국회의 법안 처리 시기다. 내달 2일 정상적으로 본회의 의결이 이뤄져 이미 정해진 시행일인 4일부터 재개정법이 적용되는 게 최상이지만 현재 국회가 예산안 의결에 집중하고 있어 법안 처리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4일에는 미래부가 만든 기존 법안이 일단 시행되고 개개정안 처리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스마트폰 직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파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미인증 제품 유통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법안 반영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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