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강간범 누명’ 넉달간 옥살이

가방절도 착각 몸싸움… 피해자 ‘성폭행 없었다’ 고소 취하

경찰 “혐의 인정땐 불구속”… 구속 상태서 재판 결국 ‘무죄’

강간범으로 몰린 한 몽골인이 4개월여 동안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중고차 매매일을 해 온 몽골인 A씨(45)는 지난 2012년 10월 같은 국적의 B씨(32·여), C씨(41)와 함께 인천의 한 여관에서 술을 마셨다.

만취한 A씨는 여관을 나가려던 B씨를 자신의 가방을 훔치는 것으로 착각해 주먹을 휘둘렀으며, 옆에서 보고 있던 C씨도 합세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B씨의 속옷이 찢어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속옷을 찢으며 성폭행하려 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를 받던 A씨와 C씨는 범행사실을 부인하다 “지금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지만,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구속된다”는 경찰관의 말을 믿고 성폭행 시도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검찰에서도 조사 초기에는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에서 인정해 놓고 지금 와서 부인하면 안 된다”는 검찰 수사관의 말을 듣고는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 B씨도 자신이 오해한 사실을 알고 경찰 조사 단계에서 고소를 취하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2월 A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C씨와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경찰관의 말만 믿고 사건이 잘 해결된 줄 알았던 A씨는 그 이후에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몽골과 한국을 수차례 오갔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몽골로 출국하려다 ‘검찰로 가보라’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말을 듣고 검찰을 방문했다가 곧바로 구속되는 황당함을 겪었다. 재판부는 A씨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지난해 4월 구속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출국금지 조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형사13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성폭행하려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피고인과 합의해 고소도 취하했다”며 “피해자의 법정 진술 내용에 의하더라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4개월간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형사보상 청구를 할 계획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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