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 스케치
16년 만에 영하 1도의 한파가 몰아친 올해 수능 날에도 여지없이 인천지역 시험장 앞에는 교사와 후배의 응원과 학부모의 염원 기도로 가득 찼다. 이날 동장군의 횡포는 이들의 감동과 열기 속에 사그라졌다.
13일 오전 7시께 인천시 남구 학익여고(27 시험장) 정문 앞.
해송고와 인천여고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각각 경쟁하듯 선배들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산 둥굴레와 옥수수 차, 초콜릿 등을 선배에게 건네고, 여기저기서 수험생을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따뜻한 포옹이 잇따랐다.
바닥에 나뒹구는 돗자리와 이불, 꼬깃꼬깃한 ‘언니들 수능 대박 나세요’ 메모를 본 수험생들은 애써 북받쳐 오르는 감동의 울음을 참고 수험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날 시험장에 입실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긴박했던 상황도 벌어졌다. 입실시간 종료 1분 뒤인 오전 8시11분께 학익여고에선 신발끈조차 매지 못한 채 울먹이며 남부경찰서 소속 경찰차에서 내린 한 여학생이 가까스로 철문을 통과해 입실했다.
또 서구 가정고 시험장은 루원시티 개발 미완료로 교통 접근성이 낮다는 것을 예측한 경찰과 개인택시 등이 번화가인 가정오거리에서 수송작전을 벌이는가 하면, 한 교통경찰관은 근무 중 길에 떨어진 수험생의 수험표를 주워 4㎞ 떨어진 시험장까지 긴급 배달하는 등 민·관 합동 수송 능력이 빛을 발휘했다.
이날 경찰관과 모범운전자 522명은 수험생을 위해 차량 125대를 동원, 모두 130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특히 이날 인천지역 PC방과 영화관은 오전·오후 할 것 없이 재학생과 수험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험장으로 사용되는 54개교가 휴교하면서 인천지역 PC방 등은 때아닌 오전 재학생 손님으로 호황을 이뤘다.
반면, 학부모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길거리를 전전하는 자녀의 모습에 대체 프로그램을 요구하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치는 등 대조를 이뤘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수능 종료 후 인천지역 번화가로 쏟아져 나와 12년간 쌓였던 교육과정 스트레스의 해방감을 만끽했다.
이에 맞춰 시와 교육청, 경찰, 시민단체 감시원 등 360여 명은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이날부터 인천 전 지역에서 합동 감시에 돌입했다.
신동민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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