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세계를 품다] 8. 남한산성 제1남옹성

1638년 초축 모습 그대로 역사적 가치 ‘업그레이드’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 6월 2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에 대한 사업비 투자로, 20년간 8천억 원이 넘는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경기개발연구원은 ‘남한산성 지역경제 파급효과분석과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20년간 남한산성 정비사업에 모두 3천900억 원이 투입돼 8천80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와 3천6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파생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남한산성의 이용객수(지난해 201만4천명)는 연평균 7.2%씩 늘고 있는데 세계유산 등재로 한해 10%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남한산성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하게 ‘복덩이’ 수준을 뛰어 넘어 경기도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무한대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는 등재 후 첫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 초축 당시의 원형 유지하고 있는 ‘제1남옹성’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원장 조유전)은 사적 제57호 남한산성의 제1남옹성(南甕城)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3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남한산성이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된 이후 실시된 첫 번째 발굴조사다. 제1남옹성은 제2, 제3남옹성과 연주봉옹성 그리고 장경사신지옹성(長慶寺信地壅城)과 더불어 남한산성 5개 옹성 중 하나이다.

이들 5개 옹성 중 이번 제1남옹성을 제외한 4개의 옹성은 이미 발굴조사를 거쳐 정비복원이 거의 마무리 된 상태다. 따라서 제1남옹성에 대한 정비복원이 완료되면 남한산성 전체 옹성에 대한 정비복원은 완결되는 셈이다.

옹성(甕城)이란 주로 성문을 보호하고자 성문 밖으로 마치 독을 놓은 것처럼 별도 성벽을 둥그렇게 만든 성곽 부대 시설로 방어 기능을 겸한다.

 

제1남옹성의 규모는 상단 기준으로 길이 166m, 너비 9~20m, 둘레 426m이며, 면적은 2,381㎡로, 이번 조사는 발굴(800㎡)과 시굴(1,581㎡)로 구분돼 진행됐다.

제1남옹성은 다른 2곳의 남옹성들과 함께 병자호란 직후인 1638년(인조 16년)에 축성됐다. 제2남옹성과 제3남옹성의 포루가 청나라와의 외교적인 문제로 축조 이후 곧 헐어내고 다시 축성한 것과 달리, 제1남옹성은 초축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남한산성 옹성 중에서 유일하게 옹성 내부에 장대(將臺, 전쟁 시나 군사훈련을 위해 마련한 장수의 지휘소)를 설치해 본성의 수어장대와 나머지 남옹성 간에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한 점이 주목된다.

장대의 축조방법은 대형석재로 측벽과 계단을 구축하면서 내부를 할석과 토사를 이용해 성토다짐을 했다. 한편 장대상부에 있는 2.9×3.5m 규모의 석축시설은 조사결과 장대와 관련 없는 시설로 밝혀졌다.

■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의 가치 한층 더 높여

제1남옹성의 기록은 축성 이후 ‘고지도첩’에서 보인다. ‘고지도첩’의 남한산도에 제2남옹성과 제3남옹성은 ‘옹성’으로 표기돼 있는 반면 제1남옹성은 ‘남포루’로 표기돼 있다.

또한 ‘중정남한지’에서 보이는 1779년(정조 3년)의 증개축에 대한 기록은 포루부분의 여장에 대한 개축으로 추정되며, 이번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여장부에 사용된 다량의 전돌이 출토돼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장대와 1곳과 포루 8개, 군 초소인 군포 1곳, 배수시설인 수구 등을 확인해 옹성의 기본적인 구조와 단위 시설들을 밝힐 수 있었다.

또한 지형상으로 제7암문과 남서쪽 회절부 사이에 축조돼 그 위치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장대를 설치한 점, 성부는 본성에서 구릉을 따라 내려오면서 지형조건에 따라 세부적 축성기술을 달리하면서 축조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의 성과로는 제1남옹성 내부의 주요시설과 축성방법을 정확하게 규명, 정비복원에 필요한 학술적 정보를 확인한 점을 우선적으로 들 수 있다.

아울러 제1남옹성은 다른 제2, 3남옹성과는 달리 청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훼철(毁撤, 헐어서 치워 버림) 되지 않고 초축 당시의 원형이 유지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또 제1남옹성이 포루라는 고유 기능뿐만 아니라 신남성, 본성의 수어장대, 남장대, 여타의 남옹성과의 연결고리를 목적으로 축조된 사실 등을 확인한 것도 중요 성과라 할 수 있다.

경기문화재연구원 조유전 원장은 “남한산성 남벽 구간에 대한 탐방객이 북벽구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기 때문에 남옹성의 존재를 잘 모를 경우가 많다”며 “제1남옹성에 대한 정비복원을 마무리하고 활용방안을 강구한다면 남한산성의 역사적ㆍ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고양시킴은 물론, 탐방객 분산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 원장은 “남한산성이라는 세계유산을 보유했다는 것은 곧 유구한 역사와 문화, 인류 모두가 보존해야 할 유산을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남한산성이 지닌 정치적·경제적 위상과는 함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각적인 보존과 관리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고 끝이 아니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는 6년마다 세계유산의 상태에 대한 정기보고를 세계유산위원회에 해야 한다. 또 세계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경우 보존현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왜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듯이 세계유산이 된 이후에는 더 까다로운 관리와 감독이 기다리고 있다. 왜냐, 더이상 대한민국만의, 경기도만의 소유물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함께 지켜나가야 할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한산성 제1남옹성이 향후 제대로 정비 복원된다면 남한산성의 새로운 역사고고학적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음은 물론, 남한산성의 남쪽 지역을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의 구실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현숙기자

사진=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옹성(甕城)이란?

옹성이란 일반적으로 성문을 외부에서 2중으로 둘린 성벽을 옹성이라 한다.

이러한 옹성의 기능은 출입이 편리한 성문지역에 2중으로 성벽을 둘러싼 반원형(半圓形)이나 방형(方形)의 형태로 조성된 예가 많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옹성은 성문에 마련된 이중벽인 옹성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남한산성에 마련된 옹성은 서북측에 연주봉옹송, 동쪽에 장경사 신지옹성(長慶寺信地壅城), 그리고 남쪽 검단산을 마주하는 지점에 3개의 포대인 옹성이 있다.

이러한 옹성은 일반적인 옹성이 아니고 용도(勇道) 시설이라 하는 것이 더욱 적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옹성이라 하는 것은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에서 이러한 시설을 옹성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에는 병자호란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지점에 5개의 옹성을 마련했다. 남한산성에 마련된 옹성은 성문지역과는 관계가 없이 적의 접근이나 포격을 가하는 곳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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