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이 이른바 제살깎아먹기식 ‘치킨게임’(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는 출혈경쟁)을 벌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저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늘면서 자영업자들이 앞다퉈 가격을 낮추며 출혈식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조원동 S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6ㆍ여)는 지난달 가게 바로 맞은 편에 ‘초저가형 치킨집’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나 버렸다.
김씨는 인근 상권을 주변으로 대형 프렌차이즈 치킨집들이 속속 들어서는 악재 속에서도 치킨 한 마리에 9천~1만2천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여 년 간 영업을 유지해왔지만, 치킨 1마리 가격이 5천원에 불과한 초저가형 치킨집의 등장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씨는 지난달부터 튀김 옷을 입히지 않은 옛날식 통닭을 새로 도입해 1마리 6천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고객 상당수가 가격에 상당히 민감한 것 같다”며 “20여 년간 튀김옷을 입힌 프라이드 치킨만을 고집해왔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수원시 영화동에 위치한 K중화요리집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8월 인근에 자장면 1그릇 가격이 3천원에 불과한 초저가형 J중국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J음식점은 배달을 하지 않고 물과 단무지 등을 고객이 직접 가져다 먹는 셀프서비스를 도입하는 대신 가격을 낮추며 성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K중화요리집도 요일별로 특가 메뉴를 도입,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매출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화성시 병점동 J PC방과 수원시 송죽동 D PC방 등도 인근에 저가형 PC방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간당 가격을 700원에서 600원으로 낮춰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매출 상승은 커녕 본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내 한 자영업자는 “장사가 잘되는 일부 가게를 제외하면 자영업들 대부분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고 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골목 상권에 초저가형 상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 출혈식 경쟁이 난무, 자영업자간 피해가 커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골목 상권내 과당 경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위기의 자영업자를 구해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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