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농협’도 가세… 택배업계 ‘大戰’ 촉각

농협중앙회가 택배사업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택배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도 중소형 택배사까지 50여개가 넘는 회사가 과당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강력한 유통망을 거느린 농협이라는 ‘거대 공룡’까지 가세할 경우 자회사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농가 이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체국이 주 5일 근무에 돌입함에 따라 신선농산물의 유지·판매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역농협의 각 점포를 택배사업의 지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있다”며 “재무분석결과 3년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고, 택배단가도 2천200원으로 내려갔지만 다시 구조조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에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그동안 1천억원 규모를 투입, 중소 택배업체를 인수해 기존 택배 단가보다 저렴하게 농수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안을 지속적으로 내부 검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도 “우체국 택배의 주 5일제 근무로 농산물 수송문제가 대두됐다”며 “농협이 토요일, 일요일 없이 상시하는 취지로 택배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도 택배업체가 워낙 많아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며 “농협이 전문화와 효율성을 위해 신경분리를 하고 있는데 택배사업에까지 진출하게 되면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라는 비난 여론과 그로 인한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기존 택배시장의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농협 뿐만 아니라 최근 롯데도 택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존 업체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서 “하나로마트 등 강력한 유통망을 지닌 농협이 가세하면 택배 단가가 떨어져 결국 모두 ‘윈-윈’하지 못하고 자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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