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체 부도 피해자 위한 통큰 ‘재능기부’

고양 미가스튜디오 일산화정점 김도헌 대표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재능기부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 미가스튜디오 일산화정점 김도헌 대표(고양시 덕양구·43)는 아이들의 소중한 성장기록을 담보로 사기를 친 동종업계의 잘못을 씻어보고자 재능기부에 발 벗고 나섰다.

바로 최근 성장앨범 제작업체인 피아체 스튜디오의 갑작스런 영업 정지로 영유아의 성장앨범을 맡겼던 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 무료로 사진촬영 봉사를 시작한 것.

김 대표는 “피아체 사건이 일어나자 혹시 동종업종인 우리도 손해를 입지 않을 까란 우려 때문에 미가스튜디오 점장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결과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부모들이 아기 사진 제작 업체는 피아체와 같을 것이라는 속단 때문에 우리 스튜디오도 찾지 않을 것 같았다”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았다.

혹시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 까란 걱정 때문에 시작했지만 도리어 그를 비롯해 미가스튜디오 일산화정점 직원 8명에게 나눔의 기쁨을 느끼게 해줬다.

“촬영을 하러 온 부모들이 쿠키, 케이크 등을 가져와 눈물까지 흘리며 고맙다는 말은 할 땐 마음이 울컥할 정도로 기분이 묘했다”는 김 대표와 직원들.

그동안 40여 명을 촬영한 김 대표에게 촬영자 중 누가 가장 기억 남느냐고 물었더니, 늦둥이 둘째 아들 돌 사진을 찍으러 온 김모(40)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김씨의 경우 피아체에 120만 원의 선불을 주고 만삭부터 50일, 100일 등을 찍었는데 돌잔치를 앞두고 이번 일을 겪었다”라며 “다행히 우리 스튜디오서 촬영을 마쳐 무사히 돌잔치를 치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피아체 촬영자 김씨는 ‘이번 일로 가족들이 충격을 받았다. 영업이 정지된 피아체 화정점이 갔었는데 피해자들이 아이 사진을 밟고 다니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말을 해 김 대표와 직원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고 한다.

고양·파주 지역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벌써 김 대표의 느낌 있고 촬영감각을 인정, 아기 사진 잘 찍는 사진가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김 대표는 사진이 좋아 대학시절부터 사진에 매달려 전문 사진가로서 외길을 걷다 15년 전 화정역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8년 전 레스토랑 건물을 리모델링해 아기 사진 전문 스튜디오로 꾸며 운영 중.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피사체는 바로 온 우주를 담아놓은 듯한 아이들이라는 김 대표의 촬영 샷은 그래서 언제나 행복과 사랑이 넘친다.

고양=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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