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손녀를 향한 애틋한 사랑고백

소설가 최인호 유고집 ‘나의 딸의 딸 ’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표지에 작가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소설가 故 최인호 작가(1945~2013)는 한국 문단에서 이색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작가였다. 동시에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였다.

작가는 작고하기 4년 전, 이미 책의 제목을 ‘나의 딸의 딸’이라 지어 두고 손녀 정원이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나가고 있었다. 허나, 작가 최인호는 그토록 고대하던 책의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하고 지난해 9월 25일 ‘별들의 고향’으로 훌쩍 떠나가고 말았다.

작가가 떠난 지 1주기에 맞춰 작가의 딸 다혜와 그 딸의 딸, 손녀 정원이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나갔던 글을 엮은 책 ‘나의 딸의 딸’(여백刊)이 출간됐다.

 

‘나의 딸의 딸’은 1부 작가의 딸 다혜의 이야기와 2부 그 딸의 딸, 즉 작가의 외손녀 정원이의 이야기로 나뉜다. 1부는 작가의 딸 다혜의 탄생에서부터 유치원 입학, 초·중·고 시절, 대학교 입학과 졸업, 결혼, 신혼생활 등으로 이어지는 무려 40년에 이르는 세월을 사랑과 경이로움의 시선으로 기록해나간 이야기이다. 또한 2부는 다혜가 딸 정원이를 낳으면서 시작해 손녀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는 12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픈 딸을 들쳐 업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아버지가 있고, 밤새워 시험 공부하는 딸을 몰래 훔쳐보며 홀로 한숨짓는 아버지, 신혼여행 떠난 딸의 빈방에 앉아 이별을 실감하며 눈물짓는 아버지가 있다. 또 거기엔 유아원을 ‘땡땡이’ 치고 손녀를 데리고 백화점에 놀러갔다가 딸에게 들켜 혼이 나는 할아버지가 있으며, 손녀 앞에서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춤추고 노래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큰 작가 최인호의 모습이 아닌, 소박한 일상의 생활 속에서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우리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화가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빠가 쓴 수많은 책들 중 그 어느 것에도 표지를 그린 적이 없는 딸 다혜씨의 그림, 작가 최인호가 손녀를 위해 손수 만든 보물쪽지, 그리움이 듬뿍 묻어나는 편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악필로 유명했던 작가가 또박또박한 글씨로 정성껏 쓴 손녀에게 보내는 작가의 편지가 이채롭다. 값 1만4천800원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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