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세계를 품다]<7> 제2회 남한산성 문화재활용 페스티벌

문화재활용으로 또다른 문화 생산… 山城에서 보내는 ‘특별한 하루’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밀당도 못하고 고백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며 가슴앓이만 하다 끝나는 반면, 몇날 며칠이고 졸졸 쫓아다니며 사랑을 고백하는 이도 있다. 심한 경우엔 사랑한다는 이유로 지나친 집착으로 상대방을 질려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이 있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방식도 그러하다. 누군가는 문화재를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문화재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최근에는 ‘문화재 보존’이라는 밑바탕에서 ‘문화재 활용’도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문화재의 다양한 활용방식에 대한 이해와 건전한 문화재 활용의 확산 분위기가 활발하다. 문화재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 재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문화재 활용의 기반 확산을 위해서 제작돼 적극 활용되고 있는 ‘문화재활용 가이드북’이 그 사례 중 하나다. 문화재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해서 뿌리 내리고, 열매를 거둘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과제이다. 문화재는 현재와 과거, 집단과 집단을 연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 안에서 어떤 생활을 했고 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옛 것’으로 치부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보존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현대적’이고, ‘현재적’인 문화재 활용은 시대적인 요구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 2012년 전국 최초 ‘남한산성 역사자료 가이드북’ 제작·발간

문화재 활용 측면에서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단연 선도적이라 할 수 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면서 전국 최초로 문화관광해설사와 손잡고 ‘남한산성 역사자료 가이드북’(사진)을 지난 2012년 발간했다.

‘남한산성 역사자료 가이드북’은 문화관광해설사와 자원봉사자, 문화재 활용프로그램 담당자, 학술연구자, 일반 시민 등이 남한산성에 소재한 문화재의 역사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는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광주시 문화관광해설사들과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직원들이 ‘남한산성 문화재 표준안내해설서 제작을 위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어 산성 내 문화재에 대한 연구 및 해설 표준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이룬 성과물이다.

가이드북의 내용은 남한산성의 지정문화재인 남한산성(사적 제57호), 남한산성행궁(사적 제480호), 수어장대, 숭렬전, 청량당, 현절사, 침괘정, 연무관(이상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제6호), 망월사지, 개원사지(경기도 기념물 제111호, 제119호), 지수당, 장경사(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4호, 제15호)에 대한 연혁, 건물현황, 지적자료, 고지도, 옛사진, 문헌자료, 관련 인물, 시조·설화 등의 문학, 관련 무형유산 등이 망라돼 있으며 부록으로 남한산성 연표와 세계유산적 가치, 문화재 명칭도가 실려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문화재의 수리 기록과 연혁 및 배치도, 남한산성에서 행해졌던 행사들과 왕의 행차와 신하들의 논의, 유수·부윤 관리 등의 족적, 여러 문인들이 해당 문화재에 남긴 시조와 기행문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처럼 남한산성은 곳곳에 산재한 200여 개의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생태환경, 그리고 주민의 삶과 문화가 투영된 무형문화는 남한산성을 ‘역사자원의 보고’라 불리우게 하고 있다.

■ 남한산성 문화재 활용한 공연·전시·체험프로그램 운영

남한산성은 일본·중국의 축성 기술을 반영한 ‘아시아 성곽 기술의 백과사전’이자, 약 300년 동안 산성 내 촌락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전통 불교·유교의례부터 도당굿·장승제와 같은 민간신앙과 전통문화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전통·사상 등이 꾸준히 전승되고 있는 ‘문화의 장’이다.

이 같은 남한산성의 풍성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제2회 남한산성 문화재활용 페스티벌이 지난 20~21일 이틀간 세계유산 남한산성에서 ‘웰컴 투 월드 헤리티지(Welcome to Wolrd Heritage)’를 주제로 열렸다.

이번 페스티벌은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일회성 페스티벌이 아니라 남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친숙하고 생명력 있는 페스티벌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주관으로 탁월한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은 세계유산 남한산성을 온 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세계유산 남한산성의 다양한 역사 자원과 경기도 무형문화재를 활용한 60여 개의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조선 후기 최대의 군영 악대였던 남한산성 취고수악대 공연, 국악·클래식이 어우러진 세계유산 지식콘서트 헤리티지 톡톡, 남한산성행궁 궁중줄타기와 남한산성의 전통으로 내려져오는 광지원농악 공연이 열렸다. 이와 함께 광주하남지역 청소년들의 세계유산 등재 염원을 담은 세계유산 그림 그리기대회 수상작 전시를 비롯해 조선시대 문과별시를 재현한 남한산성 외국인 과거시험 ‘따 놓은 당상’, 남한산성행궁의 옛 모습과 정취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궁궐서책체험 ‘책 읽는 행궁’, 궁궐내의원체험 ‘산성동의보감’, 궁궐다례체험 ‘다함께 차차茶’, 궁궐의복체험 ‘왕실의 패션’, 궁궐무예체험 ‘이서장군과 성첩을 수호하라’가 운영돼 외국인과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산성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이와 함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경기도 무형유산과 세계유산 남한산성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더불어 페스티벌 기간 중에 안성남사당놀이를 비롯한 광명농악, 양주농악, 평택민요 등 전통공연 12개 종목이 남한산성행궁의 객사인 인화관에서 펼쳐졌다. 또 전통목공예 등 15개 종목의 작품들이 남한산성행궁 곳곳에 전시됨과 동시에 전통기능 보유자들이 직접 제작과정을 시연하고 악기, 나전칠기, 도자기, 족자 등을 관람객이 손수 제작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제2회 남한산성 문화재활용 페스티벌은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재 활용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행사였다. 이것이야 말로 문화재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남한산성 여기저기 소재해 있는 문화재를 찾아서 그 유래와 역사적 의미를 한번 되짚어 보고 문화재에 서린 가치를 배워 바로 알고 공감할 때 문화재는 단순히 ‘옛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소중한 문화콘텐츠로 거듭날 것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우뚝 선 남한산성. 소중한 문화재로서 아끼고 가꿔가기 위한 우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그리고 문화재활용을 통한 또 하나의 문화생산이 필요한 때이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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