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9년만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양윤옥 옮김ㆍ문학동네刊)이 출간됐다. 9년 만의 신작 소설집이다.
책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6편의 소설과 함께, 프란츠 카프카의 걸작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가 실려 있다.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중년 남성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한 가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 기사 미사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이브 마이 카’, 쉰두 살이지만 그때까지 결혼한 적이 없고 성형외과 의사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대개 유부녀나 진짜 연인이 있는 여자들과 만나던 도이카가 뜻하지 않게 깊은 사랑에 빠진 후 느낀 감정에 대해 서술한 ‘독립기관’, 카운터 제일 안쪽 항상 같은 자리에 앉던 남자 ‘가미타’를 떠올리는 기노의 사연을 담은 ‘기노’ 등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소설의 남자주인공들은 여자에 대해, 그리고 여자의 부재에 대해 여러가지 담론을 제기한다.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라며 여성이라는 동물이 갖는 특성을 강조한다.
또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 대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감정입니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대로 점점 그리움이 깊어지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남자와 여자,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을 노래한다.
이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는 제목과 같이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을 이야기한다.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성이 부재하거나 상실이 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값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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