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왁자지껄’ 활력 넘쳐 … 늘 한가위만 같아라
지난 27일 둘러본 도내 전통시장은 대목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손님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고 가격 흥정을 했지만, 흥정 소리에서도 웃음이 묻어났다. 제수용품을 깎아달라는 손님의 부탁에 망설이던 상인은 ‘남는 거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옆에 있던 햇밤을 한 움큼 봉투에 넣어줬다.
물건과 돈이 오가는 가운데에도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잠깐이나마 오고 간다.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은 그렇게 사람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신선한 채소와 저렴한 상품은 물론 여기저기 푸짐한 먹거리는 덤이다. 통닭 한 마리, 떡갈비, 콩물, 빈대떡, 모듬전 등을 잔뜩 사도 가격은 대형마트, 백화점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쌌다.
저렴한 상품과 깨끗한 시설은 물론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까지 엿볼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추석을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명절의 설렘도 한껏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추석을 맞아 방문하기 좋은 도내 전통시장 4곳을 살펴봤다.
■ 민속시장 그대로… 도 최대 5일장 성남 모란시장
“이것 한번 잡숴봐, 온몸에 힘이 솟고, 빠진 머리까지 다시 나~”
희귀약품을 들이대며 나지막하게 귓가에 속삭이듯 선전하는 약장수의 목소리가 청명하게 울려 퍼진다. 병아리와 개, 닭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팔리기를 기다리며, 저편에서는 시원한 여름 잠옷과 양말, 옷이 트럭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걸렸다.
사람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 바로 4, 9일에 열리는 성남 모란시장의 풍경이다. 옛날 전통시장 그대로의 모습이 재현되는 모란시장은 경기도 대표 5일장이다. 전통민속시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장날이 열릴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때문에 모란장에 출시하고 있는 상인 수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상인회에 등록된 955명, 장자리를 가진 상인, 이밖에 노점상과 자신의 생산물을 팔러 온 농민들까지 장이 열릴 때마다 2천여명 가까이 되는 상인들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장에 들어서면 우선 화훼 장터를 볼 수 있다. 이어 쌀, 보리, 콩 등 여러 잡곡이 보이는 잡곡부와 굼벵이, 지네, 인삼 등 약초부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무엇보다 장에 나온 각종 애완견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느 5일장보다도 모란장의 먹을거리는 풍성하기로 유명하다. 모란장의 명물인 품바 공연에서는 대장의 입담에 장보기 피로도 날릴 수 있다.
■ 다양한 상품에 풍성한 이야기까지…수원 못골종합시장
수원천 인근에 자리 잡은 수원 못골종합시장은 시장만이 가진 이야기와 다양한 상품, 풍부한 먹을거리로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강소 기업으로 통할 만큼 유명한 점포도 많다. 월 매출 1억원의 반찬집, 번호표를 받아야 맛볼 수 있는 족발집까지 맛과 인심으로 유명한 점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을 보다 보면 상인들의 재미난 인생살이가 들려오기도 한다. 2009년 개국한 못골시장 라디오스타는 시장 안에 방송 부스를 설치해 시장 상인들이 직접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틀어준다.
전통시장이라 불편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무더위나 폭우에도 대형마트처럼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다. 또 공공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고, 시장 안 못골쉼터에서는 카페가 마련돼 있어 편리함도 대형마트, 백화점 못지않다. 다양한 문화행사로 시장은 늘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29일 오후 5시에는 신나는 문화공연이 준비돼 있어 명절 분위기를 한껏 더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정조대왕이 만든 영동시장, 팔달문 시장 등도 밀집해 있어 특색을 갖춘 시장 저마다의 매력도 느낄 수 있다. 바로 옆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에 들러 출출함을 달래고, 영동시장에서 추석맞이 한복 한 벌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용인중앙시장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 못지않은 곳이 있다면 바로 용인 중앙시장이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산지에서 공수된 수산물과 축산물부터 해외식자재 구입 마트, 뜨개질 공방까지. 만물상이라 불릴 만큼 용인중앙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60년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시장으로 760여 개의 점포를 갖췄다. 정갈하게 정돈된 상점 간판, 깔끔한 시장골목으로 불편함 없이 장을 볼 수 있다.
특히 순대 골목과 떡 골목, 잡화골목은 별도의 특화 골목으로 형성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행복한 떡 마을’ 골목은 떡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추석을 앞두고 쉴 새 없이 떡가래를 뽑아내는 상인들의 경이로운 솜씨와 달콤한 떡 냄새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알뜰장터가 열린다.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즐겨 찾는 사람이 많다. 공동쿠폰제를 사용하면 알뜰쇼핑과 재미까지 더할 수 있다. 상품 5천원을 구매하면 100원의 공동쿠폰이 증정되는데, 쇼핑을 하며 50장 모으면 상인회에서 상품권으로 교환해 사용하면 된다. 또 월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도 있다. 공동쿠폰을 5장 모으면 주차장 30분 무료 혜택도 있다.
■ 관광명소로도 유명, 광명전통시장
7호선 광명 사거리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끌벅적 활기가 넘치는 광명전통시장이 보인다.
이곳은 광명에 가면 꼭 들려야 한다는 광명 8경 중 하나일 만큼 유명하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연계돼 있다. 무엇보다 광명전통시장은 지역민은 물론 타 지역민들의 발길도 잇따르는 시장이다.
지역농가에서 재배한 싱싱한 채소, 인근 포구에서 공급된 수산물, 100%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떡갈비 등 품질 좋은 농산물과 안전한 식품이 소문나 있다.
특히 시장 상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난 1995년 대형화재, 2009년 뉴타운 지정 등 위기 때마다 상인들이 합심해 상권을 지켜냈다. 5일장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400여곳의 점포가 있는 전국 상설시장 전국 7위 규모로 발전했다.
칼국수, 빈대떡 등 맛있고 저렴한 먹자골목 또한 광명시장의 자랑이다. 특히 시장 홍두깨칼국수는 유명 맛집으로 미디어에 단골소개 되는 유명 음식점이다.
광명전통시장에서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쿠폰이벤트 행사에 참여하면 쇼핑에 덤으로 경품까지 받을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일반 배송과 퀵 배송을 해 고객 서비스도 차별화 돼 있다.
시장 곳곳에 마련된 빨간색의 양심저울은 고객의 눈을 속이지 않고 신뢰를 얻겠다는 상인들의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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