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없어 식수난… ‘국제도시 영종’ 명암

운북동 등 구도시 주민들 오염된 지하수로 생활… 먹는물은 구입한 생수에 의지

“세계적 공항에 영종 국제도시란 이름만 거창하지, 오염된 지하수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중구 영종도 동강리(운북동)에 사는 A씨(42여)는 수십 년간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로 불편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상수도 관거가 마을까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2~3년 전부터는 지하수를 틀면 흙탕물이 나와 한동안 가라앉힌 뒤에서야 쓰고 있다. 먹는 물은 생수로 대신한지 오래다.

A씨는 “신도심은 수돗물이 콸콸 나오고 바로 옆 구도심은 오염된 지하수를 쓰고 있다. 수차례 상수도를 놔달라 민원을 넣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이게 무슨 국제도시냐. 같은 세금 내고도 차별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천 영종지역 상수도 보급률이 저조한데다, 지하수마저 오염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7일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강화·옹진군을 제외한 인천지역 127개 동의 상수도 보급률이 99.8%에 달하지만, 영종·운서·용유동 등 영종지역 보급률은 88.8%에 머무르고 있다. 인천 127개 동 상수도 미급수 인구 6천900여 명 중 대다수인 6천139명이 영종지역에 몰려 있다.

영종 내에서도 하늘도시와 운남·운서지구 등 신도심은 상수도가 100% 보급됐지만, 운북동·용유동 일부 구도심은 여전히 지하수를 개발해 이용하는 등 지역 편차도 심하다.

특히 영종지역 지하수 수질마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구가 진행한 지하수 수질검사 결과 백운산 용궁사 약수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사용이 중단됐으며, 운남동 한 가정의 지하수는 탁도와 일반세균이 기준치보다 높아 ‘음용 불가’ 판정이 났다.

지하수가 아예 고갈된다는 민원도 잇따르는 등 시급한 상수도 보급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김정헌 시의원은 “영종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개발사업과 지하수 오염·고갈은 분명히 연관이 있다”면서 “산속 약수터마저 오염되는 마당에 마을 지하수는 안 봐도 뻔하다. 더는 상수도 보급을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지하수 관련 민원이 잦은 건 사실”이라며 “상수도 보급이 필요하다는 걸 공감하고 있다. 일부 예산이 확보됐으며, 영종 구도심에 우선으로 상수도를 보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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