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중 13人… 경기도에 뿌리내린 순교정신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거행한다.

시복식이란 신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을 가톨릭교회 공경의 대상이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공식 선포하는 일이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관례적으로 시복미사는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기관)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해왔다.

이날 교황은 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퍼레이드하며 한국 신자들과 인사한 뒤 광화문 삼거리 앞 북측광장에 설치될 제대에서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미사 전에는 한국 최대 순교성지이자 이번에 시복될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성지도 참배한다.

광화문광장이 시복미사 장소로 결정된 것은 조선시대 의금부 · 포도청 · 서소문 형장 등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고초를 겪고 목숨을 바친 장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곳이기 때문.

또, 광화문 인근 북촌은 이번에 시복되는 중국인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성직자 없이 믿음을 이어가던 조선 땅에 처음으로 파견되어 초기 공동체를 꾸려나갔던 곳이기도 하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국 가톨릭 신앙의 역사가 흐르고 있는 셈이다. 시복 미사에는 천주교 신자 30여만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는 한국 천주교 초기 순교자들로 신분사회의 사슬을 끊고 신앙 안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 이웃사랑과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몸소 실천한 분들이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는 한국 교회의 시작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천주교회의 ‘살아있는 초석’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의 수가 더해져 초기 한국 순교자들이 늘어나게 됐고, 그들의 신앙은 한국 교회와 그 큰 선교 열정의 활력을 드러내는 눈부신 증언이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는 신유박해(1801) 순교자가 53위(42.7%)로 가장 많다.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로는 신해박해(1791) 3위, 을묘박해(1795) 3위, 정사박해(1797) 8위다.

신유박해 이후 순교자로는 1814년 1위, 을해박해(1815) 12위, 1819년 2위, 정해박해(1827) 4위이며, 기해박해(1839) 18위, 병인박해(1866~1888) 20위다. 순교지별로 한양 38위, 경상도 29위, 전라도 24위, 충청도 18위, 경기도 12위, 강원도 3위의 순교자가 나왔고, 한양에서 가장 많이 순교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감영과 여주, 양근, 포천, 죽산, 광주 남한산성 등지에서 순교했다. 124위 중 경기도에서 순교한 순교자는 13명으로 권상문 세바스티아노, 박경진 프란치스코, 오 마르가리타, 원경도 요한, 윤유오 야고보, 윤점혜 아가타, 이중배 마르티노, 정광수 바르나바, 정순매 바르바라, 조용삼 베드로, 최창주 마르첼리노, 한덕운 토마스, 홍 인 레오가 그들이다.

124위 순교자들은 신앙의 탁월한 영웅성을 드러내면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떳떳이 고백하며 순교를 받아들였다.

그들 가운데 정조 15년 (1791년) 신해박해로 한국의 첫 순교자가 된 윤지충 바오로는 하느님을 “만민의 위대하신 아버지”로 여기며 신앙을 고백했다. 세계 천주교 역사에 유례가 없는, 선교사를 통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리던 시절의 참다운 첫 희생이었기에 당연히 윤 바오로 순교자가 이 한국 순교자 그룹의 대표자가 되는 것이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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