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화 일월사 ‘존폐위기’
서울국토청·건설사, 48번 국도 준고속화도로 건설 과정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공탁 일부 사찰부지 강제수용
소음·방진막 조차 외면 굉음·먼지에 수시로 단전ㆍ단수 고통
사찰 “전체부지 매입을”… 시공사 “권익위 결과 따를 것”
“사찰 미륵부처님을 가로지른 막가파식 도로공사로 인해 사찰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되었어요.”
인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일월사(한국불교 태고종) 주지 원경 스님의 하소연이다.
원경 스님의 힘겨운 싸움은 서울국토관리청과 시공사인 H 건설이 강화읍을 우회하는
갑곶리~강화읍~화점면 이강리까지 12.7㎞의 48번 국도 준고속화도로를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이 도로는 오는 2016년 말 개통을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국토관리청은 사찰 측과 사전 협의 없이 2011년 4월 법원에 토지비용을 공탁(2천700만 원)하고 사찰부지 759㎡ 중 231㎡를 강제 수용했다.
수용된 사찰 부지는 대웅전에서 불과 4~5m 떨어진 미륵불상과 사찰 앞마당 대부분이 포함돼 도로 개통 시 사실상 사찰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H 건설은 사찰 주변에 소음, 방진막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해 포크레인 굉음과 비산먼지로 인해 스님과 신도들의 수양을 방해하고 있다.
또 사찰 앞 도로를 폐쇄한 후 임시도로를 만들면서 포장과 배수로 등을 설치하지 않아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해 도로 이용이 불가능하고, 공사로 말미암아 전기·상수도가 수시로 단전·단수되는 등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스님과 신도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부분 매입이 아닌 사찰 부지 전체를 매입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서울국토관리청은 매입 불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경 스님은 “며칠 전 밤에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사찰에 몰려와 굉음을 내는 등 위협하는 관계로 무서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사찰이 기능을 상실한 만큼 서울국토관리청은 잔여부지를 매수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공사현장 감리단 관계자는 “도로공사 보상 공고가 나간 상태에서 스님이 현 사찰건물인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찰 측의 민원제기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있었던 만큼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를 따를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불교 태고종 인천교구종무원은 지난 7월15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월사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섰다. 대책위 일화 스님은 “비구니 스님 혼자 거주하는 수행처를 파괴하는 것은 법난을 일으킨 것과 다름없다”며 “일월사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종무원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의동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