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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특허 전쟁과 엘론 머스크
오피니언 독자위원 칼럼

[독자위원 칼럼] 특허 전쟁과 엘론 머스크

바야흐로 특허 전쟁 시대라고 한다. 필자는 비록 전쟁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왕에 전쟁이라고들 하고 있으니, 변리사가 아닌 군사적 관점에서 지금의 특허 전쟁 시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특허 전쟁에서 무기는 특허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이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과 같은 특허 소송은 특허권이라는 무기를 사용해 치르고 있는 전쟁이다. 혹자는 삼성과 애플의 전쟁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언제 끝날지도 확실치 않다. 아직까지는 삼성과 애플 모두 이번 전쟁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

오죽하면, 삼성과 애플의 이번 전쟁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이렇게 특허 소송이라는 전쟁을 통해 양 소송 당사자가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알리며, 나아가 해당 산업의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은 삼성과 애플의 전쟁 이전부터도 사용돼 왔던 전략이다.

만약 누군가 서로 전쟁 중이라면, 특히 강대국들끼리의 전쟁이라면, 전쟁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혹시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까 괜히 조용히 있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활용하기 위해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전쟁들이 치러져 왔다. 이렇게 특허 전쟁은 해당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특허 제도의 특성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 미국 기업의 CEO가 자신의 기업이 가진 특허권을 모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미국의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이다.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가 가진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모두 개방하겠다고 선언하자, 관련 업계나 언론에서는 전례 없는 특허 개방이며 그를 ‘통 큰 기업가’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엘론 머스크가 언급했던 특허 제도에 대한 비판론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모두가 전쟁이 싫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전쟁에 대비하고 또 가끔은 실제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번 엘론 머스크의 특허 개방 결정도 이와 같은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엘론 머스크의 특허 제도 비판이 전쟁이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특허권의 포기가 아닌 특허권의 개방은 특허라는 무기의 또 다른 활용 방법일 수 있다. 혼자 싸우기 버거운 상대가 있다면, 나의 무기를 일단 나눠주고 함께 힘을 키우면서 견제하는 것은 전쟁을 대비하는 좋은 전략일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런 전략을 엘론 머스크가 쓰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내가 절대 강자이거나 절대 약자일 때는 굳이 쓰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라는 강자들에 비해서는 약자이고, 다른 전기자동차업체들에 비해서는 강자라는 테슬라의 현재 위치를 고려할 때 매우 훌륭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필자의 예상과 달리 엘론 머스크가 아무런 전략적 의미없이 특허 개방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내가 힘이 커져 절대 강자가 되거나, 내가 무기를 나눠준 약자가 나를 능가하는 강자가 될 것 같으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때 엘론 머스크가 특허를 개방한 진정한 의도를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의도했든 하지 않았던 자신이 가진 특허라는 무기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 엘론 머스크는 분명 뛰어난 전략가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특허라는 무기로 전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업이 나타났다. 이제는 엘론 머스크처럼 전쟁이 아닌 다른 전략으로 그 무기를 활용하는 기업과 기업가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반중혁 H&H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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