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개원부터 밥그릇챙기기 또 민의 저버린 시의회

정치는 이 맛이야, 탈당과 배신은 한순간이야, 정치는 업어치기야, 정치는 이렇게 하는거야 등등.

1일 고양시의회 개원식은 선배 의원들이 정치 후배 초선의원들에게 선배들의 꼼수정치를 실감나게 교육시키는 산교육장이 됐다.

이들 초선의원들의 눈빛에는 희망과 비전이 아닌 절망과 혼돈, 후회 등이 점철돼 애국가를 부르는 목소리는 힘이 없고 죽어가는 소리로 들렸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고양시의회는 31명의 의원 정족수 중 새정치민주연합 15명, 새누리 14명, 정의당 2명 등 어느 당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는 황금구도를 만들었다. 그래서 정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당선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차기의장을 두고 볼썽사나운 암투를 벌이며 탈당과 밀당을 하면서 자신의 밥그릇 찾기에 몰두했다. 결국 서로간에 화합은커녕 먼 루비콘강을 건너갔다.

이날 의장선거에서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2명의 의원이 새누리당에 합세해 시민들이 만들어준 다수당 구도가 깨지면서 새누리당에서 의장이 선출되고 탈당한 의원이 부의장이 되는 정말 상식을 벗어난 의장단이 구성됐다. 구역질 나는 후진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한달 전 시민들에게 한표를 부탁하면서 새정치를 외치고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헌신하겠다고 표를 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의원들의 행태와 지역위원장들의 오만방자한 모습이 한데 얽혀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은 자업자득이며 과연 시의회가 꼭 필요한지 곱씹어볼 대목이다.

시민들이 낸 혈세로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시민을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라고 주문할지 답답하다.

정치를 모르는 순진한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잘못된 집행부의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는 것이 의회의 순기능이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은 의회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있는지 상식으로는 알 수 없다.

고양=유제원 기자 jwyoo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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