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시대 소멸되지 않기 위한 ‘외로운 싸움’

윤고은 두번째 소설집 ‘알로하’
상상력과 절박한 세계인식 절묘 세롄되고 깊어진 통찰력 신뢰감

윤고은(34)의 두 번째 소설집 ‘알로하(창비刊)’가 출간됐다.

제1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해마, 날다’를 비롯, ‘프레디의 사생아’, ‘월리를 찾아라’, ‘사분의 일’, ‘P’, ‘요리사의 손톱’ 등 윤고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절박한 세계인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9편의 작품을 실었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쓴 작품들이다. 인성에 대한 자본의 공격이 첨예화된 사회, 그 안에서 소멸되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한층 세련되고 깊어진 윤고은의 통찰력에 전적인 신뢰감을 안겨준다.

표제작 ‘알로하’는 겨울철 동사 예방이라는 미명 아래 하와이로 ‘집단 배출’된 미국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쓸쓸한 작품이다.

‘알로하’를 비롯한 소설은 주인공들이 존재증명을 위해 벌이는 처절한 싸움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고유한 개성이 그다지 지켜져야 할 가치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주체들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거나 잊힐까 전전긍긍할 뿐이다.

이 세계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남들과 분별되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인물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한다.

능력은 초 단위로 평가되고 사회에 유익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즉시 생존은 위협받는다. 그 누구도 평온하게 존재하지 못한다. 「P」의 주인공 ‘장’은 회사에서 내쫓기며 도시 안에서 자신을 증명해주던 주소 ‘P259‘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을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결국 그는 그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고 자신을 내쫓은 회사로 되돌아가 새 주소 ’P1765‘를 부여받는다. 그런가 하면 회사에서 내쫓기고 책 광고를 하는 새 직장에 들어간 「요리사의 손톱」의 주인공 ‘정’은 지하철에서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책을 읽어야 한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사람들의 시선이 책에 꽂히길 바라지만 역설적으로 그 책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건 정이 선로 위로 투신한 뒤다. 정은 그렇게 생을 버리는 순간 세상에 각인된다.

개인의 존재증명에 대한 윤고은의 고민은 「월리를 찾아라」에 보다 첨예하게 드러난다. 주인공 ‘제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캐릭터 월리 분장을 하고 행사에 참여한다.

사람들은 붐비는 인파 속에서 월리를 찾아 몸에 스티커를 붙여주고, 스티커를 많이 받은 단 한명의 월리는 좋은 일자리를 보장받는다. 최고의 월리가 되기 위해 벌어지는 이 촌극은 결국 유혈사태로까지 번지는데, 이 다툼의 과정은 군중 속에서 유일무이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개인의 고투를 완벽하게 형상화한다.

윤고은은 이렇게 하루하루 힘들게 스스로를 지켜내는 삶들에게, “알로하”하고 조심스레 인사를 건넨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