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 버젓이 국산 브랜드 달고 ‘90% 중국 쌀’ 아무리 국내산+수입산 ‘혼합米’ 라지만… 도 넘은 소비자 우롱
원산지ㆍ혼합비율 표기만 하면 국내산 쌀 고작 10%라도 무관
소비자들 패키지만 보고 ‘오인’ 농민 “유통구조 왜곡” 판매규탄
주부 김모씨(45)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샀다가 몹시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국내산 제품명과 로고가 포대 앞면에 게재돼 당연히 국내산 쌀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지만 원산지 확인 결과 중국산 쌀이 90%나 됐고, 국내산 쌀은 찹쌀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산 브랜드를 사용한데다 ‘친환경’ 문구를 내세워 당연히 국내산 쌀인 줄 알았다”며 “조그맣게 중국산이라고 눈속임하고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국내산과 수입쌀을 섞어서 판매하는 혼합 쌀에 국내산 브랜드를 표기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국내산인 줄 알고 쌀을 구매를 하지만, 수입쌀 비중이 80% 이상을 넘고 국산 쌀은 극히 미미하게 들어가 있어 사실상 수입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와 소비자 등에 따르면 혼합 쌀은 주로 중국산, 호주산, 미국산 쌀 등이 주원료로 쓰인다. 소비자들이 쌀을 구매할 때 브랜드나 포장지 상태를 보고 수입쌀 여부를 판단해 혼합 쌀을 국내산 쌀로 오인하기 쉽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혼합 쌀을 국내산 쌀로 오인하는 데에는 관련 법령이 허술한 탓이 크다.
현행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은 혼합 쌀 판매업자가 원산지와 혼합 비율만 표시하면 혼합 쌀을 판매가 가능해 전면에 국산 브랜드를 표기해도 무방하다.
관련 법령은 거짓 과대 표시광고와 원산지 의무표시 사항 미표시는 과태료와 벌금 등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원산지 표기에 외국산과 혼합비율을 기재하면 별다른 제재가 없다.
이에 따라 혼합 쌀이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중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은 “혼합 쌀이 범람하면서 소비자의 알권리가 침해될 뿐만 아니라 국내 쌀 유통구조가 흔들려 국내 농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혼합쌀 유통 실태와 문제점 등을 파악해 통상문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관련 규정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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