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첫번째 민방위훈련 들여다보니…안전불감증은 여전해

만약 지난 20일 인천 부평구청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면, 또 한 번의 참사를 면치 못했다.

이날 오후 2시 부평구청에서 진행된 화재대피 훈련은 형식적 참여에 그치며 여전한 안전 불감증을 드러냈다.

이날 훈련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첫 민방위 훈련으로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해 부평구청 직원과 민원인 1천여 명이 구청 인근 신트리공원으로 신속히 대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오후 2시, 구청 전체에 화재를 알리는 음성경보와 대피 메시지가 전파됐는데도, 실제 대피하는 직원은 절반가량에 그쳤다.

대피한 직원도 10여 분에 걸쳐 천천히 걸어서 공원으로 이동했으며, 급하게 뛰는 직원은 찾기 어려웠다.

10여 명이 있던 구청 1층 커피숍은 평상시와 똑같이 영업을 계속했으며, 2층 은행도 문을 닫은 채 안에서는 정상적으로 영업했다.

특히, 불이 환하게 켜진 1층 민원여권과에는 20여 명의 직원과 민원인들이 대피하지 않은 채 각자 용무에만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혼인신고를 했다는 한 신혼부부는 “별도 안내가 없어서 대피해야 하는 줄 모르겠다”며 “혼인신고 기념사진을 조금 더 남기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원은 차단한 채 대피가 이뤄졌어야 할 구청 사무실 중 10여 곳은 일부 직원들이 대피하지 않고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각 사무실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대피를 거부한 채 조명이 꺼진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 작성에 열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7층 대강당에서는 3시 자원봉사 포럼 준비가 한창으로 대피는커녕,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층별로 2명의 유도요원이 배치들도 대부분 정해진 자리에서 상황 종료만을 기다릴 뿐, 미 대피 인원을 찾거나 상황 전파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한 직원은 “막상 불이 나면 정신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직원별로 역할을 부여하거나 각 상황에 맞는 반복 훈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많은 직원이 대피했지만, 몇몇은 업무가 바빠서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며 “훈련 결과를 검토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