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형수는 한국 문단에서 적확한 표현과 아름다운 문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작가다.
그런 그가 30년의 글쓰기, 15년의 문학 강의를 정리한 책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아시아刊)을 펴냈다.
1959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난 김형수는 1985년 ‘민중시 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 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불리게 했다.
단편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에서부터 진실된 한 인간의 영혼을 그려낸 ‘문익환 평전’, 고은 시인의 문학적 원형을 가장 선명하게 부각시킨 ‘두 세기의 달빛’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이번엔 ‘문학’이 무엇인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정갈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문학인가?’를 묻는 독자 혹은 창작자에게 ‘문학관’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다. 더 깊이 들어가면 문학에 대해 문외한인데 문외한이기 싫은 사람 혹은 문학인인데 진짜 문학인이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작가 김형수는 삶을 글쓰기에 비유한다. 쓰는 일과 사는 일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문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내 보여준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객관적인 지식과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쉽고 예리하지만 날이 서있는 문체, 그리고 유머와 진지의 공존은 전범을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것이다. 그야말로 ‘애매모호함으로 가득 찬 직관과 영감의 영토’가 객관적 실체를 찾는다. 곧 창작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으로 가는 과정이다. 이는 인생관과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김형수는 작가가 되기에 앞서, 창작에 앞서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말한다.
“가치관의 정립이 핵심이다.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을 감당하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삶으로 송두리째 안고 가는 것입니다. 문학적 창작적 작가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온몸이 온몸을 밀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오늘 제가 주장하려는 바의 핵심입니다.”(40쪽)
작가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고민하지만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던 문제를 대중적 언어로 예술의 정수를 이야기한다. 어느 책에서도 서술되지 않았던 문예창작 원론이 쉽게, 포근하게 다가온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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