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해도 20년간 ‘도장 꾹’… 당신은 1등 국민

사회적 약자 존중받는 더 나은 세상 ‘한 표’의 힘을 믿어요
‘지체장애 1급’ 김성동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어렵게 투표하는 만큼 장애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후보가 많이 뽑혔으면 좋겠네요.”

6·4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전 김성동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53)은 부평구 청천동 사무실에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김 소장은 손·발을 못 움직여 공보물 한 장 넘기는 것도 활동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공보물에 담긴 후보 경력은 물론 각 후보가 내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매의 눈’으로 분석했다.

“공보물만 봐서는 몰라요. 어제도 비장애인인 지인을 만나 제가 모르던 후보에 대한 평판을 듣고 참고했어요. 선거 때 반짝 큰소리 내는 후보가 아닌 평소에 잘하는 후보를 골라야죠.”

김 소장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둔 후보들의 공약은 아무래도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사회복지 분야다. 점자 공보를 만드는데 소홀하거나 단순히 선거용 선심성 정책으로 장애인을 대하는 후보들은 우선 제외 대상이다.

김 소장은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 “몸이 불편하다고 투표까지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수록 더 투표해야죠.”라고 말하는 김 소장은 4일 아침 일찍 지체장애인인 아내와 함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부평구 청천 2동 제7 투표소인 마장경로당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비장애인으로 태어나 직장생활을 하다 27살 때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지금은 손·발을 못 움직이고 전동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타자나 전화를 걸고 받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투표용지에 인주를 찍을 수 없어 활동 보조인이 옆에서 그가 원하는 후보에 대신 기표를 해주어야 한다.

김 소장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지, 장애인 교육 지원이나 자립환경 조성, 저상버스,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권 확충 등은 꼭 신경 써달라”며 당부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선거는 자기 의사 표현 과정으로, 선거를 통해 다른 쪽 의견도 들어보고 모르던 분야를 새롭게 알 수도 있다”며 “투표하지 않는 것을 틀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많은 유권자가 각자의 선택기준에 맞게 투표에 참여해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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