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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도시이야기] 상상하기 힘든 도시의 입지- 수상도시
오피니언 김영훈의 도시이야기

[김영훈의 도시이야기] 상상하기 힘든 도시의 입지- 수상도시

이번에는 물이다. 이른바 수상도시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 물이나 바다와 연관된 도시라고 해봐야 전설 속의 아트란티스나 일본의 요나구니 혹은 쿠바의 해저 도시처럼 지진 등으로 물에 침잠된 육지의 도시가 대부분이며 처음부터 수상에 도시를 지었던 경우는 어디를 봐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보면 수상도시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으며, 기껏해야 물 위에 세운 기둥을 의지하고 서있는 몇 몇 수상가옥이나 마을 혹은 물을 가까이 접하고 있는 수변도시 정도의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사실 수상가옥이나 마을은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지역의 간비에 수상마을을 비롯하여 캄보디아의 톤레사프 수상마을, 미얀마 남부 메르귀제도 해역의 모켄족(族), 타이나 베트남의 수상생활자, 필리핀 남부 술루 해역의 사마르족, 홍콩의 단민(蛋民)의 주거, 중국의 우진()을 비롯한 몇 몇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수상 가옥들은 연중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아 기온과 습도에 대비한 생활양식이 필요한 지역에 주로 위치하고 있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가옥이나 마을 형태라 할 수 있다.

물론 수상 마을이라고 해서 다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캄퐁 아에르(Kampong Ayer)라는 곳인데 이곳은 16세기 이후 브루나이 강을 따라 집단 마을을 형성한 후 1906년 브루나이 도심이 형성되기 이전까지 이 지역을 대표하는 거주 지역이었으며 오늘날에도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수상가옥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상가옥 내부에는 전기, 전화, 상수도 시설 등이 잘 구비되어 있고 학교, 병원, 시장, 경찰서, 소방서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그야말로 도시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존재하는 작은 도시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수상도시하면 우선 떠올리는 곳이 바로 베네치아이다. 롬바르디아에 거주하던 베네치아 주민이 이민족의 공격을 피해 토르첼로, 이에솔로, 말라모코 등의 모래섬으로 피난하여 임시로 거주하던 5세기 이래로 이 지역은 점차 거대한 해양국가로 발전해갔으며 종국에는 5만㎢에 달하는 석호 지역에 리알토 섬을 중심부로 하는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만들어졌다.

특히 북쪽으로는 토르첼로에서부터 남쪽의 키오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은 섬들에는 고유의 정주지, 도시, 어촌, 무라노라는 장인 마을 등이 혼재되어 있어 여전히 중세의 고풍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118개의 섬들과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된 베네치아는 바다에 떠있다기보다는 섬과 석호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수상도시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집 밖으로 바로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수상버스나 수상 택시를 이용해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 위에 도시가 만들어진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을 법 하다.

이제는 기반이 취약해진 베네치아의 석호가 서서히 침잠 중이기도 하거니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하자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모세 프로젝트라는 방벽 공사가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모쪼록 긴 세월 이어 온 물의 도시가 온전하게 보존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훈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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