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오궁 소설집 ‘귀거래’ 출간

현대중국문단의 대표작가이자 이른바 ‘심근(尋根, 뿌리 찾기)문학’의 주창자 한사오궁(韓少功, 1953~)의 소설집 ‘귀거래’(창비刊)가 출간됐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 사이에 쓰인 9편의 중단편을 묶어낸 이 작품집에는 표제작 ‘귀거래’를 비롯해, ‘아빠 아빠 아빠’, ‘여자 여자 여자’, ‘서편 목초지를 날아’ 등 중국 당대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심근문학’의 대표적 중단편이 실려 있다. 한사오궁의 중단편선집 번역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쉰을 1919년의 중국 현대문학을 연 작가라 한다면, 한사오궁은 문화대혁명(이하 ‘문혁’) 이후 ‘신시기(新時期)’ 문학을 시작한 작가라 할 수 있다. 문혁 청산 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1980년대 당시 중국문단에는 문혁이 개인에 가한 폭력을 고발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상흔문학―반사(反思)문학―개혁문학 등 일련의 반성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한사오궁의 ‘심근소설’은 주로 문혁 당시 지청으로 하방했던 기억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의식의 흐름, 초현실주의적 서술 등 놀랄 만큼 세련된 실험적 모더니즘 기법과 리얼리즘적 비판정신을 겸비해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보인다.

그의 소설은 홍위병으로, 지청으로 문혁의 동란 한가운데를 통과한 세대의 내면적 증언으로서, 개혁개방 시대의 출범 시점에서 젊은이들이 겪었던 자기분열, 죄의식, 그리고 새 시대에 대한 열망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문혁으로 받은 상처를 직설적으로 토로하는 상흔ㆍ반사 문학이나 1990년대 위화(余華)의 ‘허삼관 매혈기’와 ‘산다는 것’처럼 문혁의 객관화가 가능한 시기에 나온 풍자적 작품과 달리, 철저히 내재화된 문혁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사오궁 소설에서 문혁을 반성한다는 것은 고발 또는 풍자가 아닌, 자기 앞에 숨겨진 내면과의 대면, 내면을 향한 집요한 추궁을 의미한다.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학적 난제로서의 문혁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값 1만6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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