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이전 상품 약관명시 보험사들 “재해로 볼 수 없다” ‘일반사망’ 간주…수천억 미지급
대다수 생명보험사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약관에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해놓고는 일반사망보험금 만을 지급한 것으로 향후 미지급금 규모는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는 자살을 재해로 간주하지 않고 있는데다 재해사망금 지급 시 오히려 자살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 또한 지배적이어서 미지급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ING 생명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대부분 생명보험사들이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놓고는 일반 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이 90여건의 자살에 대한 200억원의 보험금(2003년~2010년)을 미지급한 사실을 적발 한 뒤 다른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같은 상황인 것을 파악했다. 현재 생명보험의 경우 자살을 일반 사망으로 간주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10년 4월 이전 상품의 표준약관 대부분에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약관에 명시된 사항을 지켜야한다는 주장과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는 만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보험사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보험 계약자 보호가 중요하지만 자살 조장 분위기를 조성하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재해사망금 지급에 대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잘못된 약관이라해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지만 자살 조장 등 사회적 분위기를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어 계약자와 보험사를 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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