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지간처럼 ‘달콤한’ 인간관계가 어디 있을까? 반면, 모녀지간처럼 ‘살벌한’ 인간관계도 없을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팔짱을 끼고 쇼핑하는 모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원에 가도 젊은 엄마와 친정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유모차를 끌며 사이좋게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화기애애하고 애틋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겉과 속이 다른 이른바 ‘가면 모녀’들이 많다. 얼핏 별 문제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겪는 모녀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와 딸’(호로이와 히데아키著ㆍ유아이북스刊)은 책명처럼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다.
문제를 안고 있는 모녀들의 실제 상담 사례를 각색해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모녀들의 갈등을 공감하는 동시에 상담사의 시선을 통해 모녀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모녀가 등장한다.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엄마, 바람피우는 남편에 대한 분노를 딸에게 푸는 엄마,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강요하는 엄마, 친딸을 미워하는 엄마, 딸을 공주처럼 키운 엄마, 남편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 딸을 모르는 척하는 엄마….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딸들은 거식증, 우울증, 무기력증 등을 앓거나 심각한 경우 알코올중독에 빠지거나 자살기도를 하기도 한다.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엄마와 딸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총 11가지 모녀의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심리학 이론을 덧붙이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론이라고는 해도 학술적인 용어 없이 쉽게 풀어나간다. 저자는 모녀간의 갈등을 ‘동성(同性)’, ‘동일시와 질투’, ‘대물림’의 심리학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딸에게는 딸의 인생이 있기에 엄마가 아무리 품 안에 두고 싶어도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한다. 엄마는 딸이 품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 딸들이 엄마를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엄마 곁으로 돌아온 딸들은 누군가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할 것이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며 딸 또한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진부한 명제를 새삼스레 느끼게 해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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