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도 색안경... 피부색에 가려진 그들의 진심

외국어 강사 백인 우대 흑인 냉대… 인종차별 ‘부끄러운 자화상’

인천 외국어 학원 조사… 유색인종 강사 가뭄에 콩나듯

“학부모들 기피한다” 해고까지… 국제도시 인천 공염불

“학생들을 향한 우리의 진심마저 검은색은 아니잖아요.”

흑인 외국어 강사 J씨(29·미국)는 지난 1월 2년여 동안 강사로 일해오던 인천의 한 외국어 학원을 그만둔 이후 새로운 강사 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강사 계약기간이 끝났고, 새로운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흑인 강사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J씨는 지인의 소개로 강사를 구하는 학원들에 연락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말은 “백인 강사를 구하고 있어 어렵다. 학부모들이 백인 강사를 선호한다”는 대답이 전부다.

이러한 학원들의 인종차별적 채용 조건 때문에 J씨가 갖고 있던 한국의 좋은 이미지는 이미 퇴색한 지 오래다.

J씨는 “2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학생들을 잘 가르쳐왔고, 자신에게 배운 학생들은 지금도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낼 정도로 친하다”며 “왜 실력과 사람 됨됨이를 피부색으로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흑인 외국어 강사 T씨(27·여·미국)는 지난달 계약기간을 6개월여 남기고 송도국제도시의 한 외국어 학원에서 쫓겨났다. 뚱뚱한 체격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싫어한다는 게 학원 측의 해고 사유였다.

T씨는 미국에서 유명 주립대를 나온 수재지만, 인종차별적 해고 조치에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T씨는 “미국에서 접한 한국의 문화와 먼저 한국을 경험한 친구들의 ‘한국 사람들은 매우 좋다’라는 말만 믿고 한국에 온 게 너무 후회된다”며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일부 외국어 학원이 인종차별적 채용조건을 내걸고 있어 국제도시 인천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 지역 내 외국어 학원 10곳을 살펴본 결과 외국어(영어) 강사 37명 중 35명이 백인이었으며, 이들 학원 중 9곳은 채용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20대 백인’이라고 조건을 명시하는 등 인종차별적 채용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외국어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피부색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다 보니, 학원에서도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 수가 학원 수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하는 백인 강사를 우선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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