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내용인데” 딴짓… 선행학습에 교실 멍든다

인천 일선학교 교사들 골머리… 공교육 무용론

인천지역 일선 학교 교사들이 선행 학습에 길든 학생들 때문에 수업 시간마다 애를 먹고 있다.

19일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선행 학습이 가장 심각한 과목은 수학이며, 수학 과목을 정규 과정보다 1학기 이상 선행 학습하는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생 64.2%, 중학생 56.3%, 고등학생 62.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정규 과정을 무시하고, 학원·과외 등 사교육으로 선행 학습을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찌감치 수업 내용을 미리 배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매우 떨어져 교사들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A 중학교의 3학년 수학 담당 B 교사는 명예퇴직을 고려하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는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청을 피우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상위권 학생마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개인적으로 문제집을 풀거나 친구와 떠드는 등 말썽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B 교사는 “일부 성적이 좋은 학생은 경시대회 준비를 이유로 고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 학원이나 과외로 미리 다 배우고 오기까지 한다”며 “학생 상당수가 학원에서 미리 다 배웠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 솔직히 회의감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중구 C 초등학교 과학 교사도 “몇몇 학생은 벌써 두꺼운 고등학교 참고서를 들고 다닌다”며 “이러한 학생에게 공교육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선행학습 금지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됐지만, 교사들은 금지법 효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처벌 관련 규칙이나 규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국어 등 일부 과목은 선행 학습의 기준을 정하기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행 학습 문제의 해결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부모의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공교육을 강화해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믿고, 학생을 맡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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