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 우유·밀가루·달걀값 줄인상 한숨만

빵값 올리자니 단골 끊길까… 그대로 두자니 원재료값 ‘허덕’

“작은 동네 빵집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싼 가격을 유지해야하는데 재료값이 자꾸 올라 정말 걱정입니다.”

수원시 조원동에서 M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8)는 최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우유와 밀가루 가격이 잇따라 오른데 이어 최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가격마저 상승하면서 수입이 급감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비해 15~20% 가량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매장을 찾는 손님이 대부분인 탓에 지난 2012년 말 이후 단 한차례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김씨는 최근들어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안산시 선부동에서 L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3) 역시 재료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빵이 모자랄 경우에 대비해 항상 넉넉하게 빵을 구운 뒤 남은 빵을 인근 복지시설에 기부해왔던 이씨는 최근 부담스러운 재료 값에 양을 줄이고 있다.

우유와 밀가루 등에 이어 달걀 가격마저 오르면서 도내 중소형 빵집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8일 제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우유 가격이 평균 9~12% 가량 상승한데 이어 지난 1월 밀가루 가격도 1kg에 1천300원 수준에서 1천400원으로 8% 가량 올랐다. 여기에 AI 여파로 지난달 19일 1구에 138원 수준이었던 달걀의 도매가가 지난 13일 158원으로 14% 오르는 등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1%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파리바게뜨가 19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3% 올렸으며, 지난달 삼립식품이 빵 175종의 가격을 평균 6.4% 인상하는 등 대형 제과업계들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동네 빵집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수입 감소를 겪으면서도 가격 인상으로 손님이 크게 줄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M제과점 사장 김모씨는 “소규모 빵집의 경우 작은 가격 변화에도 고객의 수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며 “달걀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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