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꾸미기 때문에 내 집 앞 주차 막다니…”

마을 꾸미기도 좋지만… 하루 아침에 주차공간이 사라졌어요
[현장속으로] 송월동 동화마을 주민 원성

중구, 주거환경 개선 이후 “벽화 가로 막는다” 뒤통수 단속

인도까지 설치 좁아진 도로… 때아닌 ‘주차전쟁’ 부작용

“마을 꾸미기도 좋지만, 졸지에 내 집 앞에 주차를 못 하게 됐습니다.”

12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수많은 차량이 인도 위에 주차된 채 관광객의 걸음을 방해하고 있다. 주택 벽면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도 이들 차량에 가려지기 일쑤다.

주차된 차량은 대부분 동네 주민 소유다. 주민은 마을이 정비되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수십 년간 이용하던 집 앞 주차공간에 인도가 조성돼 사실상 주차를 할 수 없게 된 것에 불만이다.

주민 A씨(30)는 “구청에 물어보니 벽화를 가린다며 불법 주·정차 단속까지 한다고 한다”며 “주차할 곳도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집 앞 주차를 하지 말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송월동 일대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6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벽화와 조형물 설치, 꽃길 조성, 도로정비 등을 진행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구는 최근 시로부터 저층 주거지관리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2억 3천여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한 만큼, 사업 구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가 추진했던 동화마을 주·정차 계획이 어긋나면서 지역 주민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구는 벽화 앞 주·정차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인도를 만들고, 인도와 도로 경계에 주차할 수 있는 흰색 선을 긋는 등 복안을 마련했다. 벽화를 가리는 주·정차를 막으면서 수십 년간 집 앞 도로에 주차해 오던 주민을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인도가 주차장으로 전락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인도 탓에 좁아진 도로에 주차까지 하게 되면 2차선 도로는 사실상 1차선으로 줄어 자연히 관광객과 주민이 인도 위로 주차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 구가 단속에 돌입키로 했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다.

벽화는 벽화대로 가려지고, 주민은 주민대로 주차난으로 불편을 겪는 등 악순환만 반복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주차난을 해소하고자 인근 교회 등에 부속 주차장 사용을 협의 중이며, 주민에게도 안내와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공영주차장 조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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