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종 14년 한양의 변두리서… 2014년 통일 한국의 심장으로…
2014년은 경기도가 이 땅에 자리를 잡은 지 600년이 되는 해이다. 60갑자로 보면 10번째 순환을 맞이한 셈이다. 기름진 토지와 온화한 기후로 일찍부터 많은 사람이 살았던 경기도 땅은 항상 우리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되어 왔다.
‘경기도’라는 이름의 시작과 600년
경기도는 고려가 도읍을 개성(개경)으로 정한 이후 1018년(고려 현종9)에 개경과 인근 지역을 묶어 ‘경기’라고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고려 후기에는 ‘경기 땅’이 점차 넓어져 경기좌·우도로 구분하였는데 이 당시의 경기는 개성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다소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한양(서울)을 새 도읍으로 정하자 경기도 지역이 옮겨지게 되었다. 한양과의 거리를 따져서 일부 지역은 분리되고 새로운 곳이 편입되었다.
태종실록 27권, (1414년 갑오/영락 12년) 1월 18일 1번째 기사에는 ‘관제(官制)를 고쳤다.… 경기좌우도(京畿左右道)를 고쳐서 다만 경기(京畿)라고만 칭하였다(改京畿左右道, 只稱京畿).’라는 기록이 있다.
황정은 경기도 대변인은 “1414년은 경기좌도와 우도로 나뉘었던 도가 경기도란 이름으로 통합되면서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해”라며 “경기도가 통합을 이뤘던 것처럼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국토가 통일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 한해를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난 경기도
경기도 탄생 사용 600년을 기념하는 기념행사가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이라는 주제로 2월 16일 수원 화성행궁에서 3천여 명의 경기도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는 조선 태종 13년인 1413년 현재와 거의 다름없는 경기도 지역을 확정하고 이듬해인 1414년 1월 18일 공식적인 명칭을 ‘경기’라고 지정하면서 경기도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지 600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해 손재식(16대), 이해구(20대), 심재홍(24대), 김용선(27대), 이해재(28대) 역대 도지사, 새누리당 정병국·원유철 의원, 김영선 전 의원, 민주당 김진표·원혜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타종식과 길놀이, 안성남사당패, 경기도립국악단 등의 식전행사에 이어 주행사인 경기 600년 고유제, 평양통일예술단의 축하공연 등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인 경기도의 위상을 높이고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경기출신 위인들을 기념함으로써 경기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그 내용을 적어서 사당이나 신에게 고하는 제사로, 도는 경기도가 600년이 됐음을 알리는 내용을 축문에 담았다.
부대행사로는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한 ‘응원 메시지 작성’ 행사, 개개인의 소망을 적어 담는 ‘희망나무 소망달기’ 행사, 경기도 600년 사진전·그림전을 비롯해 윷놀이, 투호던지기, 제기차기 등 각종 전통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피겨에 출전한 군포 수리고 출신의 김연아 선수와 경기도청 컬링대표팀을 비롯한 경기도 출신 선수단 30여명에게 응원글을 대형 보드에 작성하면서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축사를 통해 “지금의 경기도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하는 등 우리나라의 산업중심지이자 국방안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통일이라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며 “통일이 되면 북쪽의 개성, 개풍, 장단, 연천 등이 경기도로 합쳐지면서 대륙을 향한 대한민국의 꿈이 경기도를 지나 전세계로 펼쳐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 과거·현재·미래 학술 심포지엄
경기개발연구원은 2월 17일 오후 2시 경기도문화의전당 꿈꾸는컨벤션센터에서 ‘통일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경기도민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경기도 공식 편제 600년을 맞이해 경기도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조발제는 한영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아 ‘경기 정도(定道) 600년의 의미’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한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경기 문화는 다른 도와 비교해 봤을 때 개방적이면서도 포용적이고 진취적이면서 실향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경기도 사람들은 지방의식과 보수성이 상대적으로 약해 사회통합력과 국제적 감각이 크다”면서 “이러한 특성은 통일 후 경기도가 한반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각 분야별로 강진갑 경기대 교수가 ‘경기도 600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역사적 과제’라는 주제로, 이현성 경기대 교수가 ‘경기도 지방행정발전의 역사 고찰’이라는 주제로, 김갑성 연세대 교수가 ‘경기도 경제발전과 미래’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를 가졌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는 경기도의 경제비전으로 ‘대한민국의 심장’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균형발전 지원기능과 글로벌 기능을 확장해 성장엔진 기능, 글로벌 기능, 상생발전 기능, 대북교류 전진기지 기능으로 구체화하고 상호시너지를 일으켜 미래 수도권 기능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최상철 서울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해 전경수 서울대 교수, 이기우 인하대 교수, 안혜영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송달용 경기도민회 상임부회장, 강대욱 경기도향토사학자 등이 참여해 통일한국 시대의 경기도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글 _ 정진욱 기자 panic82@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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