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죽어야 한다
눈 뜨고 죽은 동료 노동자의
눈을 감기는 게 더는 싫다.
아침이 오기 전에
이 지옥 같은 옥쇄파업의
타결을 알리는 확성기소리가
아빠를 부르는 작은아이의 목소리처럼
들려왔으면 좋겠다
아침이 오기 전에.
「아침이 오기 전에」 전문
평택 출신의 권혁재 시인이 쌍용차 평택 파업에 대해 조심스럽게 노래했다. 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아침이 오기 전에(도서출판 지혜刊)’은 사랑과 진실 사이의 경계에 서서, 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노래한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삶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무겁고, 존재는 가볍다. 자본가는 자본가를 낳고, 가난은 가난만을 낳는다. 하지만, 그러나 ‘아침이 오기 전에’ 그 모든 대립과 갈등이, 특히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파업이 빨리 타결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너무나도 간절한 시구를 낳게 된다.
또 시인이 기록한 평택은 이렇다.
“들불 같은 마음 한 뭉텅이조차 숨길 곳이 없는 평택”(「평택」)은 “십육만 볼트 전류가 죽음처럼 지나가는 송전탑”(「아침이 오기 전에」)이 존재하고 “기름과 양복 절은 작업복들이”(「주저주저」) “서로에게 눈물을 들키지 않은 채 울었다”(「그믐」)
60여 편의 시는 쓰디쓴 삶의 문장에 닿으면 혀끝이 짜릿하게 한다. 또 한 편, 한 편의 시에 엄숙한 투쟁으로서의 삶의 흔적을 순도 높게 녹여내고 있다.
김석준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시와 세계 사이에 놓인 균열을 사랑의 전언으로 봉합하고 있다”며 “진정성이 구현되는 아름다운 세계가 이루어지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으로 ‘투명인간’과 ‘잠의 나이테’가 있으며 2009년 단국대학교 문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값 9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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