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 찬바람만… ‘설 특수’ 실종

[현장속으로] 전통시장·도매시장 상인들 ‘눈물’

“설이라고 생선을 두 배는 많이 받았는데 손님이 오지를 않네요. 생선은 하루만 지나도 못 파는데…”

22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시장의 한 생선가게.

생선가게 주인 김모씨(47)가 연방 “조기·병어 제수용품 있어요”, “대형마트보다 싸요”라고 외치며 지나가는 손님을 잡아보지만, 손님들은 1~2초간 서서 가격표만 쳐다보고 등을 돌리기 일쑤다.

결국,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도 김씨는 아직 첫 손님을 받지도 못한 채 생선 정리만 반복했다.

설날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연일 추운 날씨 탓인지 불경기 때문인지 부평시장을 찾은 인파는 평소 주말보다도 적었다.

불경기에 손님 발길 ‘뚝’ 작년보다 더 힘들어요…

떡집도 대목 무색 ‘한산’ 오늘도 애타는 하루…

인근 반찬가게 이모씨(55·여)도 사정은 마찬가지. 국내 농·수산물로만 만들었다는 장아찌, 무침, 젓갈 등 각종 반찬과 시식용 컵에 담긴 반찬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날의 매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씨는 “그 어렵다던 작년 설보다도 손님이 더 없다”며 “매출이 작년 설의 ⅓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남동구 모래내시장의 한 떡집. ‘추석엔 송편, 설엔 떡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떡집 앞은 한산한 모습이다.

뽀얀 가래떡이 곱게 자리 잡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참이 지나도 찾는 손님 하나 없이 차갑게 식어갔다. 떡집 주인 이모씨(59·여)는 “주문이 없어 하루에 가래떡을 3가마 정도밖에 안 뽑고 있다”며 “지난해 6가마는 기본으로 뽑았던 것에 비하면 떡국 먹던 사람이 어디로 갔나 싶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은 그나마 전통시장보다 붐볐지만, 빈손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상인들 뒤편으로는 아직 팔리지 않은 채소와 과일 상자가 십여 상자씩은 쌓여 있다.

채소를 파는 한모씨(48)는 “작년 설에는 10상자씩 사가던 음식점도 5상자로 줄이고, 손님도 얼굴만 비출 뿐 한 두 품목 사는 게 전부”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설 대목’이라고 안 불러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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