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착한소비가 살린다]3.(주)컴윈

인생도 컴퓨터도 ‘리사이클링’… 화려한 ‘반전드라마’

이만하면 반전 드라마다.

장애아를 둔 부모, 알콜 중독자, 신용불량자 등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사람들과 조건부 수급자 등  동사무소에서 떠밀려 온 이들이 모여 10여년이 지난 현재 연매출 20억원의 기업을 만들었다.

자원재활용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환경보호, 사회적책임활동을 수행하는 컴윈(화성시 우정읍ㆍ권운혁 대표)이야기다.

사회적기업 1세대인 컴윈은 오늘도 사회적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희망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지난 8일 화성시 컴윈 공장. 330㎡ 남짓한 공장에는 수백 대의 컴퓨터용 모니터와 플라스틱 본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윙~윙’ 모니터와 본체를 해체하기 위한 작업소리가 요란했다. 직원들은 낡은 컴퓨터 본체의 나사를 풀고 해체작업에 한창이었다. 칩, 철, 전선 등은 각 성형에 맞춰 분류됐다. 고철과 피시비 기판은 재처리 업체, 고철장 등에 판매되고 쓸 만한 부품들은 각 기능에 맞춰 재조립돼 한 대의 완성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홍준표(51) 자원개발부 과장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홍 과장은 “지난해 3월 일하던 직장에서 생산량 감소로 권고사직하게 됐다”며 “쉰이 넘은 나이에 다시 현장에 복귀하기 어려웠는데 컴윈은 일자리 제공을 우선으로 하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돼 제2의 인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는 컴윈(COMWIN) 회사에 숨겨진 뜻처럼 컴윈은 제2의 인생을 꾸리기 위한 이들이 모였다.

컴윈은 지난 2002년 안산과 시흥시에서 진행했던 자활근로사업단이 모태다. 새 삶과 일을 찾기 위해 모인 6명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병과 파지 줍는 일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이내 그만둬야 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오히려 서민들의 일감을 뺏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운혁(47) 컴윈 대표는 “일자리 만드는 기업이라 기존의 다른 일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려 해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니 프린터, 복사기의 재활용 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때마침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제조업체 재활용 실적 보고 제도)가 2004년 도입되면서 사업이 구체화 됐다. 컴퓨터나 프린터, 복사기 등 기업체들이 버리는 전기, 전자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불용장비 재활용이라는 생소한 분야로 시작했지만, 발전은 비약적이었다. 자활후견기관 200곳 중 고물상(재활용) 사업을 하던 30곳이 뭉쳐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또 각 지역 교육청 등과 협약을 맺어 초·중·고교에서 안 쓰는 전산기기 처리를 위탁받았다.

학교에서 버려지는 PC 20대를 재구성하면 1대를 개발도상국에 기증하는 해외기증사업도 활발히 진행했다. 나눔사업으로 지난 2012년까지 분리한 PC를 재조립해 저소득가정, 다문화지원센터, 초등학교, 복지관 등 지역사회 등에 기증한 것만 해도 1천201대에 달한다. 기업과 관공서 등은 불용 장비를 의미있게 재활용하도록 할 수 있고 재활용 실적도 쌓을 수 있다.

현재 삼성, 한국휴렛팩커드(HP) 등 대기업은 물론,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공공 기관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직원 28명(취약 계층 18명)이 달성하는 매출은 연간 20여억 원이다. 설립목적인 취약계층 일자리 만들기를 진행해 컴윈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난 이들도 3명이나 된다.

회사가 쑥쑥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도 달라졌다. 보다 내실있는 기업으로 탄생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원들은 휴일도 반납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현재 PC정비사자격증, 환경기사자격증을 딴 직원도 9명에 달한다.

10년간 컴윈에서 근무해 최고선임이 된 최양자 차장(46ㆍ여)은 “컴윈은 나를 성장하도록 만든 회사”라고 했다.

최 차장은 환경기술자격증을 따려고 1년간 주말을 반납하고 공부한 끝에 지난해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최 차장은 “가정주부로만 살다가 이혼 후 생계유지를 위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와 함께 컸다”며 “외국인 바이어들과 만날 일이 늘어나면서 2년 정도 영어학원을 다녀 웬만한 기본 접대는 내가 담당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기업의 EPR 업무지원, 불용 전산장비 취급, 중고 컴퓨터 재활용, 정보보안관리 말고도 컴윈의 사업경영에는 나눔활동이 포함돼 있다. “컴윈은 전국 사회적 네트워크의 힘과 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한 회사로 나눔활동은 당연한 것”이라는 게 권 대표와 직원 모두의 생각이다. 올해는 지역사회 등에 컴퓨터 300대를 나누고 2천만 원을 기부하는 게 목표다.

사람과 환경, 사회를 생각하는 사회적기업 컴윈은 사회를 위한 의미있는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인터뷰> 권운혁 대표 “나눔과 시장개척… 사회적기업은 진화중”

컴윈은 성공한 사회적기업 1세대로 꼽힌다. 안정적인 수익과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뿐만 아니라 해외기증 사업 등 다양한 나눔을 펼치며 성장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컴윈 10주년을 맞아 수원시 이비스 앰버서더 호텔에서 ‘자활기업 컴윈의 성장과 발전’을 주제로 기념식 및 토론회도 열었다. 권운혁 대표는 “‘사회적기업이라고 모든걸 다 해줘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발전할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예비사회적기업 입장에서 보면 꽤 탄탄하다. 어려운 점이 없어 보인다.

A 안정적이라는 말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컴윈은 아직도 단발성인 제안사업이 전체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해 사업적인 고민이 뒤따른다. 28명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또 사회적기업에 맞는 인사관리 시스템 모델이 없어 하나하나 시스템을 만드는 등 늘 ‘도전 중’이다. 다만 사업의 성숙도는 높아졌다.

 

Q 새로운 영역 개척 구상이 있나.

A 후발기업들이 진출하는 시장이 컴윈을 모델로 하고 있어 겹치는 부분이 많아 고민이다. 현재 사회적기업 재활용 업종은 약 150여개로 이 중 전기ㆍ전자폐기물 적정처리와 컴퓨터 재구성을 통한 기증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4곳 정도다. 따라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기획사업을 함께 전개하고 E-zerowaste사업을 시행했다. 앞으로 5년간 플라스틱 분쇄업과 컴퓨터 제조업에 주력해 제안사업 중심에서 일상사업인 제조업으로 전환, 안정적인 운영을 꾀할 계획이다.

Q 1세대 사회적기업으로 사회적기업의 미래를 진단한다면.

A 사회적기업을 고민하는 주체들이 폭넓게 늘어나고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또 사회적가치를 분별하는 척도가 다양해지고 있어 사회적기업이 만드는 공유경제, 사회적가치가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본다.


착한소비, 함께해요

PC저장 데이터 완벽히 삭제...꼼꼼한 수리 개도국에 선물

컴윈을 통하면 기업 등은 불용 전산장비를 의미있게 폐기할 수 있고 데이터도 안전하게 삭제할 수 있다. 특히 기업체는 사업파트너로서 불용 전산장비 폐기를 통해 사회공헌도 할 수 있다. 이로인해 컴윈은 전문적인 재활용 업체, 정보보안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관련 문의는 컴윈 (031-351-4575)으로 하면된다.

EPR 업무지원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EPR업무를 통합 관리해준다. 지난 10년간 전기전자 폐기물 적정처리 시스템을 완성해 한국 휴렛팩커드 등의 기업과 폐기물 적정처리 계약을 맺고 있다. ISO9001(품질), ISO14001(환경), ISO27001(정보보안)을 획득해 전자폐기물 적정처리 및 정보보안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할 자질을 갖췄다.

안쓰는 전산장비 재활용

사용하지 못하는 PC, 모니터, 노트북, 서버, 프린터, 전산장비를 해체하고 재활용한다. 특히 기업사회공헌 사업개발은 컴윈 사업의 핵심이자 최대 장점. 학교, 기업의 노후 컴퓨터를 재이용해 국내 소외계층이나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의 교육정보화 사업에 지원한다.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사회책임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저장매체 처리·정보보안

기업, 관공서 등의 정보저장을 폐기한다. 검찰청, 국세청, 삼성 SDS 등의 정보 저장매체의 적정 삭제 및 폐기를 진행했다.

HDD Eraser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국방부 권고기준에 따라 영구삭제한다. 3회이상 정보를 덮어 씌워 데이터를 복구할 수 없게 하는 방식이다. 정보유출 등을 우려하는 고객사를 위해 체계화된 프로세스도 갖췄다.

폐기요청이 들어오면 정보보안을 최우선으로 폐기결과 리포트까지 제출하며 영상을 통해 정보 삭제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중고 컴퓨터’ 판매

‘커미온’이라는 브랜드로 중고PC를 판매한다. PC재사용 공정을 통해 생산된 중고컴퓨터를 부품별 사전 테스트를 거쳤다. 리퍼비쉬 PC, 하드디스크, 메모리, 악세사리 등 11번가, G마켓, 인터파크, 옥션에서 컴윈을 검색하면 된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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