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겸 미술평론가 김종길의 첫 미술 평론집 ‘포스트 민중미술 샤먼/리얼리즘(삶창刊)’이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00년대 이후 현장에서 기획ㆍ전시된 미술작품과 현장미술을 중심으로 한 ‘현대사’를 꼼꼼히 기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책 제목 그대로, 민중미술 ‘이후’의 세계 ‘샤먼 리얼리즘’이다.
김종길은 책에서 현실 세계의 재현에 몰두해왔던 그간의 리얼리즘을 비판하면서 “리얼리즘을 삶의 예술로 되돌린 뒤 고삐를 풀어 현실의 아수라판에서 뛰어놀게 해야 한다”며 “이 ‘아수라판’이 전경의 배면에서 작동하는 후경의 세계이며 즉, 현실계인 전경을 가능케 하는 후경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주체가 ‘샤먼’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길의 샤먼 리얼리즘은 단순한 낭만적 도피가 낳은 비평적 개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문적 연구의 결과물도 아니다. 이 책은 여러 해 동안 미술현장을 찾아다니며 궁구했던 저자 생각의 비평적 파편들이다.
저자가 다룬 현장은 우리의 현대사와 곧바로 연결된다. ‘4월 혁명 50주년 아카이브전’을 통해 4월 혁명과 민주주의를, 홍성담의 회화를 통해 광주 5월 항쟁과 그것의 궁극적 해방에너지를, ‘4ㆍ3미술제’를 통해 4ㆍ3항쟁과 국가폭력을, 대추리를, 강정마을을, 용산을 호출해낸다. 이러한 전시와 현장미술을 고집스럽게 통과해 온 저자가 중간 기착지가 바로 샤먼 리얼리즘인 것.
김종길은 오직 현장만 탐하지 않았다. 홍성담, 배인석, 최병수, 이윤엽, 김영글, 전진경, 성효숙 등 그들에 대한 길고 혹은 짧은 비평을 통해 자신이 비평적 사유를 채워나가고 있다. 거기에다 미술, 역사, 투쟁현장, 시 등등이 묘하게 뒤섞인 ‘패치워크’라 부를 만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술평론집인지, 아니면 현잔 르뽀문학인지, 우리 현대사에 대한 길라잡이인지 잠깐 어리둥절해지는 것은 희한하게 유쾌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다. 일단 목차를 훑어보는 것 자체가 책의 스케일과 고민 지점을 어렴풋이 짐작 가능케 한다. 값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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