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밀려 미완의 ‘통신소비자 혁명’ 알뜰폰 조합 고사위기

인천서 시작 ‘통신소비협동조합’ 대형사업자 속속 가세 풍전등화

인천에서 시작된 알뜰폰 통신소비운동이 골리앗 우체국에 밀려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천에 적을 둔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지난해 1월 알뜰폰 통신업체와 협의해 어떤 휴대전화든 기본요금 3천300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상품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기본요금을 싸게 받는 대신 가입자를 늘려 업체의 이익을 늘리는 전형적인 박리다매(薄利多賣)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조합은 알뜰폰 마케팅과 가입자 모집 등의 역할을 맡고 업체로부터 일정부분 수수료를 받는다. 회원들로부터는 1만 원씩 가입비를 받아 운영비를 충당한다.

예상보다 반응도 좋았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2011년 회원 400여 명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6천여 명까지 규모를 키웠다.

특히 조합은 인천지역 내 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어르신에게 통신비 부담이 적은 알뜰폰으로 교체해 드리는 소비운동을 벌이면서 통신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출했다. 또 통신컨설턴트, 알뜰폰 홍보 도우미 등 장애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도 구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합은 통신소비자들이 모이자 거대기업인 통신업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소비자 개개인은 통신업체가 제시하는 요금만 쓸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단체가 되면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

조합은 앞으로 유·무선 인터넷 사용요금까지 낮출 수 있도록 소비운동을 확대할 비전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9월27일 우체국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조합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우체국이 알뜰폰 판매 수탁을 맡아 기본요금 1천~1천500원짜리 상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초기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가입자를 확보해 통화요금 등에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계산이다.

자금력이나 인력이 딸리는 조합은 처음부터 우체국과 경쟁이 될 리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농협 하나로마트도 알뜰폰 사업에 가세했다.

조합이 개척한 시장을 대기업이 눈독 들여 뺏어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합은 현재 가입자 모집 활동이나 통신비 인하 운동 등을 전면 중단했다.

조합의 이용구 상임이사는 “통신조합이 통신비 인하운동을 펼치면서 얻어낸 알뜰폰 사업에 우체국이나 대형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소비운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통신은 이제 단순한 시장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통신복지, 통신소비주권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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