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건너 또… 골목상권 나눠먹기 ‘출혈’

도내 소상공인, 동일 업종 ‘밥그릇 싸움’ 심각
중기청 “수원역일대 치킨집 밀집”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서 7년째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46)는 최근 3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가량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창업 이후 4년간은 가맹점 빵집이 우후죽순 늘면서 손님을 뺏겼지만, 최근에는 700m 인근에 소형 제과점이 두 곳이나 늘면서 손님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대형 프랜차이즈점은 신규 출점 제한이 있어 오히려 인근에서는 경쟁이 생기지 않지만, 비슷한 업종으로 창업을 많이 하다 보니 동일 업종 소상공인 간 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도내 골목상권이 같은 업종 간 과다 밀집으로 소상공인 간 경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과 맞물려 창업이 늘어나면서 동일 업종 소상공인의 출혈 경쟁이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소기업청 상권정보시스템 업종밀집분석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상권밀집지역인 수원역 로데오거리 일대(수원역 2)는 지난해 11월 기준 동일 업종 밀집이 ‘매우 높음’(평균보다 1.7 이상)으로 나타난 업종은 후라이드/양념치킨(1.84), 호프/맥주(1.85)로 두 곳이었다. ‘높음’(1.2 이상)으로 나타난 곳도 한식-일반(1.49), 민속주점(1.2), 제과(1.25), 커피숍(1.2)으로 4개 업종이 해당됐다.

안양시 평촌역에는 부동산 중개업이 11월 기준 2.49로 매우 높게 밀집돼 있었다. 이 밖에 부동산 중개업은 안양시를 중심으로 인덕원역 인근 2.01, 명학역 1 (만안구청 인근) 2.55, 명학역 3 (만안구보건소 인근) 3.3, 관양사거리 2.7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과거에는 상권 내 동일 업종이 밀집돼 있으면 손님을 끌 수 있는 유인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색 없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보니 소상공인 간 밥그릇 싸움만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청이 최근 발표한 ‘2013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경쟁상대로 주변의 소형업체(46.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주변의 대형업체는 19%에 불과했고, 이어 인터넷 또는 TV홈쇼핑(8.2%) 순이었다.

도내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상권에 동일 업종이 몰려 있으면 특화시켜 키워나갈 수 있지만, 최근에는 특색을 가진 업종이 상권을 형성했다기보다 쉽게 창업에 뛰어들다 보니 비슷한 업종끼리 서로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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