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의회의장, 직위 인쇄한 자녀 결혼식 청첩장 ‘선거법 위반’ 논란

겉 봉투에 큼지막하게 ‘남구의회 의장’ 인쇄
지역 인사ㆍ공무원에 돌려 선관위 위법여부 조사

인천지역 한 기초의회 의장이 자녀의 결혼 청첩장에 자신의 지위를 크게 인쇄한 뒤 이를 지역 내 유명인사와 공무원 등에게 돌려 물의를 빚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청첩장을 불특정 다수에게 돌렸는지 등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8일 남구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유재호 의장이 자신의 장남 결혼식 청첩장 수백 장을 인편 등을 통해 구청 내 간부공무원과 지역 내 유명인사, 민주당원 등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청첩장 겉봉투에는 유 의장의 지위를 알 수 있도록 ‘남구의회의장’이라는 문구가 크고 진한 글씨로 적힌 채 전달됐다.

현재 공무원들은 내부지침 등에 의해 자신의 자녀 등의 청첩장에 본인과 배우자의 이름만 표시할 뿐, 본인의 직책 등은 표시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분이 있더라도 부하직원은 물론 관련 업체 등 모두가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첩장을 받은 한 인사는 “2~3년 사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어 번 본 사이인데, 청첩장이 와서 당황스러웠다”면서 “공무원이나 사업하는 사람이 이 청첩장을 받고 ‘남구의회의장’이라는 글씨를 봤다면, 이건 축의금을 내야 하는 고지서일 뿐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 청첩장이 지인뿐만 아니라 평소 왕래가 없었거나 아예 친분이 없는 일부 업체 관계자 등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지방의회 의원 등은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기관·단체, 해당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게 일체의 기부행위는 물론, 이를 지시하거나 권유, 알선 또는 요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다만, 통상 청첩장은 지인에게 보내지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삼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 의장이 자신의 지위가 쓰인 청첩장을 지인이라 볼 수 없는 일부 인사에까지 전달했다면 선거법에 저촉된다.

남구 선관위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청첩장이 보내졌다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면서 “청첩장이 보내진 대상자에 대한 파악과 전달된 청첩장의 규모 등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선거법 여부도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 의장은 “일부 주위 사람에게 청첩장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거기서 일부 업체나 그런 곳으로 몇 장 간 거 같다. 다 못 챙긴 실수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면서 “지금 청첩장 전달된 곳을 알아보고 있고, 확인되면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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