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착한 소비가 살린다]2. 사회복지법인 ‘위캔(WE CAN)’

‘희망의 쿠키’ 한입 베어물면 바삭 달콤 ‘사랑의 맛’

100g짜리 쿠키가 3천800원이라고 하면 ‘비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00%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고, 과자를 판매한 돈으로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고용한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지난 2001년 장애인 자활센터로 문을 연 사회복지법인 ‘위캔(WE CAN)’(고양시 덕양구ㆍ시설장 이수경 수녀)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근로자 56명중 38명(66%)이 지적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은 위캔에서 과자를 구우며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공동체 삶을 배우며 꿈을 꾸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1시 위캔센터의 쿠키 작업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향긋한 버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30여 명의 직원들은 위생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각자 맡은 공정에서 분주히 손을 놀리며 반죽, 성형, 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반죽 공정에서는 8명의 직원이 계량기에 각각 반죽재료를 넣고 찍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버터, 계란, 밀가루, 블루베리 등 각종 재료가 반죽 공정을 위해 부지런히 다듬어졌다. 성형공정에서는 작업자들이 반죽을 14g 중량에 맞춰 앞 사람에게 건네자 오물조물 손으로 비벼져 동그란 쿠키 모양이 나왔다.

지난 2001년 위캔 설립 때부터 일해 온 최고참 안현진씨(36)도 계량 작업에 푹 빠져 있었다. 안씨는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주문이 밀려 작업장에 나와 일했는데,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니 힘든줄도 몰랐다”고 즐거워했다.

성형판을 섭씨 170도가 넘는 오븐에 넣자 15분 만에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쿠키가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 나왔다. 계란반죽을 하고 있던 김용진씨(27)는 “제과제빵 수업과 바리스타 수업을 들으며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더욱 맛있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곳에는 기술자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애인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3천~4천 봉지(1봉지 100g)는 포스코와 캠코, 두레생협, 성당, 커피전문점, 공공기관 및 기업, 단체 등에 납품하거나 자체 쇼핑몰을 통해 판매된다. 지난해 롯데ㆍGS홈쇼핑에 특별 제품으로 잠깐 방송됐는데, 대박을 쳤다. 3만원짜리 쿠키를 2천개 넘게 파는 완판기록을 세웠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주문이 밀려들어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제품을 급하게 생산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더 바빴다.

위캔센터의 임주현 사무국장은 “맛이 좋아 한 번 쿠키를 맛본 손님은 단골손님이 된다”며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위캔쿠키는 100%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데다 청결을 최우선으로 작업한다. 때문에 위생복과 캡, 마스크를 착용한 후 살균소독실을 통과해야만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 2001년 지적장애인들에게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을 돕고자 설립된 위캔은 직업재활센터에서 출발했다. 당시 10명 미만의 장애인 시설에서 출발해 어려움을 딛고 취약계층 고용과 제품 판매에 힘을 쏟은 결과 2007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지난 2001년 6천만에 불과하던 연매출은 2012년 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단기간에 이룬 값진 성과다. 

위캔센터가 주목받는 건 외형적인 성장 못지 않게 내실을 다졌다는 데 있다. 2008년 10월 사회적기업 윤리경영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국제적인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도 획득했다. 위캔쿠키가 입소문을 타면서 부각된 것은 2008년 멜라닌 파동 이후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위캔쿠키의 안전성을 믿고 찾는 고객이 부쩍 늘면서 2009년 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섰다.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고, 제품 품질에 주력한 결과”라고 임 사무국장이 설명했다.

위캔센터는 지난 2012년 매출에서 재료비와 근로자 인건비를 빼고 남은 이익 1억여원으로 지난해 장애인근로자 4명을 채용했다. 수익금 전부를 취약계층 고용과 근로자들의 자활프로그램에 사용하다 보니 살림살이는 항상 빠듯하다.

수익을 내기 위한 홍보나 고정적인 판로 확보는 더욱 힘들다. 또 100%국산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전체 매출의 70%가 제조원가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고비용 저효과’다. 그러나 위캔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사회적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위캔 건물에 들어서면 벽면에 근로자들이 함께 직접 만들어 붙인 슬로건이 눈에 띈다.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듭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열정으로 쿠키를 굽습니다’

이수경 수녀는 “기업을 하다보면 수단과 목적이 바뀔 우려가 있다. 위캔은 수단과 목적을 절대로 전도시키지 말고, 어려워도 왜 위캔에 우리가 함께 모였는지를 상기해나가자는 의미에서 직접 직원들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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