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서구 문물을 접한 스위스 유학도 경험하고 앞으로는 아들이 있겠지만 당장은 권력을 4대 세습해야 할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닌 젊은 나이여서 홀가분하게 중국식 개혁 개방을 해서 인민이 잘 살기를 바랐더니 이건 엉뚱하지 않은가.
영웅도 독재자도 피는 뜨겁다. 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상 어떤 독재자도 가족의 일환인 친 고모부 일가를 그토록 무참하게 찍어 낸 사례는 없다. 바로 아버지 누님의 남편이 아닌가. 특히 아버지를 보아서도 차마 그럴 수 없다. 할아버지의 딸이고 사위가 아닌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후광으로 온갖 영화를 누리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독재는 유한하다
혹자는 김 제1비서의 장성택 숙청을 이권관계로 말하지만 결국은 권력 투쟁이다. 죄명이야 지어내기에 달렸다. 분명한 것은 설령 장의 일부 시나리오가 사실일지라도 김 제1비서의 해악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졸지에 과부가 된 고모 김경희와의 관계 악화설은 세월이 해결해줄 문제다. 소위 백두혈통을 말하는 순혈주의가 아니면 고모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보아라! 고모부도 만고의 역적으로 만드는 처지에 누군들 숙청 못하겠나, 꺼릴 게 뭔가. 아버지는 라이벌인 그의 삼촌 김영주 조직지도부장을 실각 시키는데 그쳤으나 아들은 고모부를 아예 처형해 버렸다. 그리고는 연일 ‘충성맹세’ 놀음이다. 며칠 전 인민무력부의 최고 사령관 추대 2주년 중앙 보고대회 때는 군부 요인의 열렬한 충성맹세가 있었다.
만고풍상을 겪은 할아버지보다 더 독하고 할아버지를 지켜본 아버지보다 더 독한 것이 지금의 김정은 로동당 제1비서다. 그를 받드는 박수를 쳐도 발을 동동거리며 소리 높여 눈 높이에서 쳐야 하는 우상화에 매료된 물정 모른 귀공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젊은 충동에 불행히도 세상 물정 모른 국지전이나 전면전을 도발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룰 것이다. 그러나 김 제1비서는 역시 저들이 말하는 김일성 수령의 손자다.
갓 서른 하나에 배가 너무 나온 것과는 달리 당당한 체구에 능숙한 제스처는 그들을 압도 하는 것 같다.
그가 본인이 직접 읽은 올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밝히고 조평통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되기도 한다. 무슨 티끌을 잡을 줄 모르는 예의 함정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진정성이다. 믿고자 한다. 그 독한 독재자의 자질을 마이너스형보다 플러스형으로 작용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로동당 규약이 정한 프로레타리아 독재가 아니고 김정은 제1비서의 개인독재로 변질 하였다. 자고로 독재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한하다. 유한한 독재자이기엔 젊은 나이가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기회는 아직 있어
여전히 마오쩌둥을 국부로 받들고 공산당 일당정치를 하는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해도 수령론을 지켜 가면서 로동당 일당정치를 할 수 있다. 남북 관계가 지금과 같이 악화된 예는 드물다. 심지어는 인도적 사업인 이산가족 상봉마저 북의 돌발적 거부로 막혀 있지 않은가.
남북 관계개선은 번영과 영광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 망한 것은 아니다. 관건은 개선의 진정성이고 열쇠는 김정은 제1비서가 쥐고 있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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