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 값진 ‘가치 창출’… 따뜻한 사회의 밀알
지난 2007년 등장한 사회적기업의 면면은 화려했다. 무엇보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경영방침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사회적기업을 발굴ㆍ육성하면서 경기도에만 400여 곳의 사회적기업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들어 생산에서부터 판로확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문을 닫는 사회적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까지 경영난을 호소하며 흔들리는 상황에서 장애인, 취약계층 등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은 생산성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역민,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경기일보는 2014년 연중기획으로 ‘사회적 기업, 착한소비가 살린다’를 주제로 지역사회 곳곳에서 따뜻한 경제를 창출해 나가는 사회적기업과 제품을 조명해 이들의 ‘착한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 따뜻한 경제를 일구는 사회적기업에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더불어 ‘착한 소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회적기업은 윤리경영과 착한 소비를 기본 정신으로 강조한다. 기업은 이윤을 덜 남기더라도 사회 취약계층의 고용을 담당하고, 소비자는 사회적기업이 만든 물건을 사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넓은 의미에서는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도 사회적기업의 범주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후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탄생하며 차가운 자본주의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들의 취업을 돕는 ‘메자닌아이팩’, 시각장애인 연주단으로 장애인 공연 예술을 발전시키고 예술 인재를 발굴 및 육성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빛 예술단’, 결식 이웃에게 무료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행복도시락’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내 사회적기업도 급성장했다. 도내에는 예비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사회적기업이 562개(11월 기준)에 달한다. 마을기업 164개, 사회적기업 145개, 예비사회적기업 253개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에 큰 역할을 한다. 도내 사회적기업 종사자 수 6천560명 중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3천601명(50%)에 이른다. 일자리제공형이 275개(67%), 사회서비스제공형이 36개(9%), 혼합형이 45개(11%) 등이다. 청소ㆍ경비, 식품, 교육, 간병, 보건, 사무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기업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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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일컫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게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도내 사회적기업은 지난 2007년 5천378만8천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009년 -1억6천470만5천원, 2010년 -1억3천93만2천원, 2011년 -1억4천726만9천원으로 2009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을 내는 사회적기업도 지난 2009년 28%에서 2010년 20.5%, 2011년 19.6%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10년부터 올 8월까지 총 16곳의 사회적기업이 문을 닫았다. 주된 이유는 경영악화(12곳), 사업부도 (1곳) 등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다 폐업에 이르렀다. 마을기업 역시 사업부진을 이유로 6곳이 폐업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2 사회적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지원 사항은 공공기관 우선구매가 14.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사업비 지원(14.3%), 시설비 지원(13.0%), 인건비 지원(1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요인의 약점을 분석한 결과 자본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2%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홍보, 마케팅 능력(17.9%)으로 나타나 자생력을 갖추려면 판로지원이 당면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온기 ‘착한경제’ 대두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한 ‘사회적경제’가 대두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삶의 질 증진, 빈곤, 소외극복 등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호혜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생산, 교환, 분배, 소비가 이뤄지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4월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서 김재현 건국대 교수는 “한국은 지금 사회 양극화와 가족해체 증가 등으로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기업 육성이 한국사회의 빈부격차와 일자리 부족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외감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지난 20일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통합관리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경기도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안이 시행되면 도내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적가치 실현이 한층 더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경기도 경제투자실 경제정책과장은 “사회적 경제가 기존의 경제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부분을 해결해 나가고 지역민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 등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 6년만에 도에 400여곳의 사회적기업이 문을 열었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지난 2007년 11개 기업에서 출발해 2011년 282개, 2012년 357개, 올해 398개로 급성장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도 2천221명에 달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문제 해결과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한 공급이 확대되는 걸 알 수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창업은 물론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판로개척과 마케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기관 우선 구매 목표제’ 시책 추진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앞장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입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또 도를 권역별로 나눠 사회적 기업들의 시장인 나눔장터 개설도 추진 중에 있다. 나눔장터에는 이들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상설 판매장을 설치하고 교육 및 컨설팅을 담당할 지원 시설과 네트워크 공간을 조성해 이곳이 사회적경제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시책과 성과가 궁금하다
사회적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인 마케팅과 판로개척 지원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와 백화점에 우수 기업 5개가 입점했고, 네이버 N샵에서 25개 기업의 56개 제품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 공공기관 우선구매 활성화를 추진한 결과 도와 31개 시ㆍ군, 공공기관 등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한 실적이 350억원에 달했다. 영세 기업에 자금지원을 확대해 108개 기업에 66억원의 특례보증을 실시, 건강한 성장을 도왔다.
-최근 경기도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마련됐다.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 및 복지를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사회적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지역사회도 더불어 건강하게 발전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다변화된 산업사회로 발생한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나눔의 사회, 함께하는 사회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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