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상생’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도 슬그머니…

의무휴업일 슬그머니 평일로 대형마트·지자체 꼼수?
지역경제 악영향 이유 전통시장ㆍ골목상인들 “말로만 상생” 강력 반발

중소상인과 상생하고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행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휴일 휴업으로 생존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해왔던 농민단체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은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도내 시·군에 따르면 지난해 고양시와 파주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이후 올 들어 이천시가 매달 둘째 일요일과 넷째 수요일로, 포천시가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로 휴업일을 변경했다. 안산시 역시 매월 10일과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며, 남양주시는 내년 2월부터 평일에 휴업을 하는 방안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서 검토 중이다.

이처럼 각 시·군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고 있는 것은 현재 시행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통법 개정안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이나 중소형 슈퍼마켓의 매출이 오르기보다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고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돼 지역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단체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유통법 개정안에 따른 조례개정을 하지 않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가지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농연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업인들은 직접적인 소득감소뿐만 아니라 저장비용이 증가하고 판로가 막히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휴일 휴무는 평일 휴무보다 2배 이상의 농업인 소득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의 상인들은 이를 두고 ‘말로만 상생’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평일과 휴일은 이용객의 차이가 적지 않은 만큼 의무 휴업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정오 경기도상인연합회 부회장은 “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하나둘씩 옮기는 것은 원래 취지에 맞지 않고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둘째 넷째 주 일요일 휴업이 법에 근거한 우리의 방침이기 때문에 지역상인회 워크숍이나 이사회 때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고 지역 회장들에게 각 지자체의 상생발전협의회에서도 이를 관철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대형마트 평일 휴업은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꼼수와 타협의 산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 법을 만든 취지가 무엇인지 사회 전반적인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