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요시다 슈이치(45)가 신작 장편소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은행나무刊)를 펴냈다.
2002년 ‘퍼레이드’가 제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2008년 ‘악인’으로 제34회 오사라기지로상과 제61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거머쥔 그는 현재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에서 작가는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설정과 전개를 통해 적잖은 변화를 시도했다.
요시다 슈이치는 “예전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의 마음의 움직임을 쫓으며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이 작품을 쓸 때는 스토리를 움직이는 데 의식을 집중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쓴 작품이다. 인물파악 방식도 육체와 그 움직임을 중심으로 했다.”
그동안 연애소설, 시리어스한 사회파, 씁쓸한 청춘 스토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현대인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해온 작가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한 이번 장편소설이 그의 문학인생에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동아시아를 무대로 최첨단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둘러싼 국제 첩보전을 속도감 넘치는 필치로 박진감 있게 그리고 있다. 기존 작품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넘어 스토리적 재미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서스펜스와 긴장감까지 동시에 선사한다.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전역을 종횡무진하는 화려한 로케이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전개, 역동적인 등장인물들의 활약, 수수께끼에 의해 더욱 그 매력이 두드러지는 선남선녀, 국제 정세와 경제 흐름의 개연성 있는 묘사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 작품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를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아열대의 습한 열기가 피부로 느껴질 듯 유려한 문장, 몸과 마음의 복잡한 움직임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표현력, 치밀한 복선과 섬세한 디테일,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인물상 등, 기존 작품에서 검증된 요시다 슈이치 소설의 매력도 건재하다. 특히 비중 있게 등장하는 캐릭터 데이비드 김의 존재도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어느새 데뷔 15년차이자 마흔다섯 살의 나이에 이른 요시다 슈이치, 작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절정기이자 분기점에 선 그의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이 장편소설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값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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