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담보 채무자, 빚 굴레 벗어나려면 ‘집 잃는 신세’ 감내 매년 늘어나는 경매주택… 실효성 있는 주거보호책 시급
안양시에 사는 정모씨(42)는 지난 9월 빚 독촉에서 벗어나 재기하기 위해 개인회생을 신청했지만 이내 좌절해야 했다.
2008년 은행에서 주택담보로 1억2천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채권자인 은행이 개인회생이 시작되면 3개월 후 아파트를 바로 경매에 넘긴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로 3억8천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자 갚기가 힘들어진 정씨의 빚은 2억5천만원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발목이 붙잡힌 하우스푸어 등의 개인회생 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부의 서민 주거권 보호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상 집을 담보로 잡힌 채무자가 빚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주택이 바로 경매로 넘어가 곧바로 집을 잃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9일 경매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기지역 주거건수는 올해 11월말 기준 2만6천258건으로 지난 2011년 같은 기간 2만1천196건, 2012년 2만4천629건에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제1ㆍ2금융권을 통해 경매에 나온 집은 지난 2011년 11월말 기준 1천293건에서 올해 1천582건으로 22.35%늘었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제2금융권이 1천1건으로 63.2%에 달했다. 고금리 부담이 큰 제2금융권에 빚을 진 서민들이 집을 잃게 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인한 ‘집 잃는 서민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집주인의 실거주 주택 한 채에 별제권 행사(주택담보 대출 시 담보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금지하는 대신 원리금을 10년 안에 상환토록 하는 내용의 통합도산법 개정안이 지난 18대 국회에 이어 이번 19대 국회에도 상정돼 있지만 은행권의 강한 반발로 계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하우스푸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정부의 주택정책이 서민의 주거권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서는 그 집에 살면서 개인회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서민들의 빚 고통이 심각한만큼 하우스푸어가 집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개인회생제는?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개인 법정관리이다. 채무 범위는 무담보채권의 경우에는 5억 원, 담보부채권의 경우에는 10억 원 이하로 최장 5년 동안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신청 자격은 일정한 수입이 있는 급여소득자와 영업소득자로서, 현재 과다한 채무로 인해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는 개인에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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