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여 간 잃어버린 줄만 알고 살았는데 지금이라도 만나다니 끔만 같아요.”
어머니의 가출과 자녀의 실종으로 15년간 생사를 모른 채 흩어져 살던 일가족 3명이 경찰의 끈질긴 조사로 상봉했다.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A씨(42·정신지체 2급)는 함께 살던 숙부 B씨(67)가 지난 2월 뇌졸중으로 사망하자, 숙부의 한을 풀어주고자 지난달 11일 부평경찰서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숙부 B씨는 아내 C씨(52), 딸 D씨(30), 아들 E씨(27·정신지체 2급)와 함께 살다 1998년 아들이 실종된 데 이어 아내와 딸의 연이은 가출로 온 가족이 떨어져 15년간 친척이 돌보다 외로이 세상이 떠났다.
부평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이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 소재 파악에 주력해 12일 만인 지난달 23일 부인 C씨를 전북 부안에서 찾았다. 이어 27일에는 경북 문경의 한 다방에서 딸 D씨를 찾았다. 그러나 아들 E씨는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정신지체인 탓에 찾는데 어려움이 컸다.
실종수사팀은 누나 D씨로부터 14년 전 부산의 한 보육원에서 동생을 봤다는 말을 듣고 경남과 부산지역 보육원 및 재활원을 모두 뒤진 끝에 수사 23일 만인 지난 4일 부산의 한 재활원에서 E씨를 찾아냈다.
비록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 세 가족은 이달 안에 만나 정을 나누고, 쉼터와 협의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함께 꾸릴 예정이다.
어머니 B씨는 “내가 가출한 탓에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된 지난날이 후회될 뿐”이라며 “이제부터 떨어지지 않고 세 가족이 함께 살겠다”고 말했다.
실종수사팀 관계자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찾아주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며 “앞으로는 새 보금자리에서 가족의 정을 느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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