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WBG 한국사무소·GCF사무국 개소
1955년 세계은행 원조받던 나라서 ‘공여국’ 위상 실감
경제개발 노하우 어려운 나라에 전파 ‘지식공유 허브’
녹색기후기금 통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공동대응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세계은행그룹(WBG) 한국사무소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은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여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은행은 빈곤퇴치와 공동번영을 모토로 1946년 설립돼 지난해 기준 188개 회원국을 두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양대 국제경제기구로 꼽히고 있다.
세계은행그룹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개발협회(IDA),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등 다섯 기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IBRD와 IDA를 합쳐 흔히 세계은행(WB)이라 부른다.
한국은 지난 1955년 IBRD에 가입하면서 세계은행과 인연을 맺은 이후 IDA 원조를 시작으로 총 150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지원받는 수원국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 성장에 도취해 기업들이 대책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금융기관 역시 상환능력 검증 없이 대출을 일삼는가 하면, 일부 국민은 해외 여행 등으로 외화를 낭비하다 결국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다.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우리나라는 1997년 11월 22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같은 해 12월 3일 구제금융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IMF로부터 195억 달러, IBRD와 ADB(아시아개발은행)로부터 각각 70억 달러와 37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가는 혹독했다. 25%에 이르는 살인적인 고금리와 함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대형은행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나앉았다.
그러나 실업과 고금리, 임금 삭감, 물가 상승 등의 고통에 시달리던 국민이 자발적인 금 모으기와 아나바다 운동을 벌이고 기업은 구조조정에 나섰으며 정부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리·감독 강화 등 뼈를 깎는 노력 끝에 3년여 만인 2001년 8월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전액 상환했다.
이러했던 우리나라에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WBG 한국사무소가 문을 연 것은 공여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상전벽해를 이룬 것이다.
특히 한국사무소에는 지식공유, 개발금융, 투자보증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위해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국제투자보증기구(MIGA)가 함께 들어서 그동안 한국이 쌓아온 경제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지식공유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국제개발원조기구인 IFC는 민간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 금융시장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 컨설팅을 제공하고, 위험지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보증서를 발급하는 MIGA는 아시아지역 기업들이 굳이 미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보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또 한국사무소는 아시아 금융기관과 금융정책입안자들에 대한 훈련 프로그램 운영과 지역금융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사업 기능도 수행, 국제금융 소통 채널 역할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발족했다면, 기후·환경 분야의 세계은행과 같은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자는 차원에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여서 송도국제도시가 국제금융의 메카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김창수기자 c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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