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 50년사, 도전을 넘어 도약하다]4.2000년대 ‘지식혁명’ 농업위기 타개

‘위기를 기회로’ 융·복합농업 시대를 열다

1990년대를 지나며 국내 농업계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임금 상승과 노동력 부족, WTO와 우루과이라운드 수입 개방 등 굵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수입 쌀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탑라이스를 생산하는가 하면 사양산업이 된 누에와 꿀벌 생산을 2·3차 산업과 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농진청은 개방화 대응에는 자국 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우리 쌀을 세계 최고 수준의 쌀로 만들어 국민에게 이를 널리 알리고 농업인들에게는 품질로 경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해 2005년부터 쌀 혁명 프로젝트인 ‘탑라이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탑라이스는 농진청이 품질 목표를 정하고 농가에서 생산·품질 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생산한 국내 최초의 쌀 품질 브랜드다. 2005년 19개소였던 탑라이스 단지는 2008년 42개소, 2011년 66개소로 늘어났고 최고 품질 생산 매뉴얼적용 사업 면적은 2008년 3만2천㏊에서 2011년 6만1천㏊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또 질소비료 및 단백질함량 감축으로 우리 쌀 밥맛을 향상시켰으며 완전미 비율이 2004년산 86.8%에서 2008년산 93.9%로 증가해 우리 쌀의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탑라이스를 추진할 당시에는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경작 방식에서 과연 엄격한 재배 관리를 한다고 외국 쌀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내외부에서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탑라이스 표준재배매뉴얼에 따라 품질 기준을 일원화하고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리콜제 시행 등으로 소비자에게 우리 쌀에 대한 강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를 뒷받침하며 전성기를 누리던 양잠 및 양봉산업이 급속한 쇠퇴를 맞이하면서 농진청은 기능성식품 및 의약용 소재화 고부가가치 연구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비단을 생산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뽕잎이나 누에분말로 기능성 식품을 만들고 실크비누, 천연 비아그라인 ‘누에그라’,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인공고막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실크인공고막은 식약처 제조품목 허가 및 산업화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며 연 225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봉독을 이용한 식의약 소재화 연구는 2005년 봉독채집장치 개발과 2007년 봉독정제법 개발에 이어 2008년 가축 적용 천연항생제와 2010년 봉독 여드름전용 화장품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봉독산업 효과만 지난해 80억원에 이르며 오는 2017년에는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양잠·양봉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도약하면서 양잠산업 총생산액은 2001년 210억원에서 2009년 700억원으로, 양봉산업 총생산액은 같은 기간 3천190억원에서 4천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순수 국산 국화 품종인 ‘백마’도 화훼품종 국산화의 비전을 제시했다.

농진청은 ‘칼과 국화의 나라’라는 일본의 종속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관과 절화수명에 있어 일본의 주력 품종을 능가하는 국산 품종을 개발해냈다.

꽃잎 수가 많아 볼륨감이 우수하고 절화수명이 1개월을 넘는 백마는 2004년 품종개발과 2006년 품종등록을 거쳐 2007년 일본 500만달러 수출 협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국화의 나라 일본에서 그 품질을 알아본 것이다.

그 뒤 백마는 2010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연간 300만~400만본을 수출하는 핵심 수출 국화로 자리매김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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