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원시는 9월 한달간 행궁동 지역에서 펼쳐진 ‘생태교통 수원2013’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준비는 과정에서 ‘내 집 앞에 차를 세우던 평소의 습관’을 포기해야 하는 행궁동 주민들의 반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시가 주민설명회를 수십 차례 열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설득하는 한편 주민추진단, 시민서포터즈가 주민 참여를 뒷받침하는 사이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이 지중화되고 아스콘 포장은 화강석 포장으로 바뀌었다. 상가 간판과 외벽이 산뜻하게 정비되고 곳곳에 쌈지공원, 벽화길이 태어나는 등 시는 행궁동 행사구역에 130억원을 집중 투입해 과거 쇄락했단 마을을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리모델링했다.
화성 성곽 보존을 위한 재산권 규제로 낙후된 점과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특정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이런 과정이 지나고 개막을 하루 앞둔 8월31일 밤 9시를 넘기자 행궁동 생태교통 마을 0.34㎢ 주민 2천200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 1천500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믿기 어려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차 없이 생활하는 한 달’이 주민의 희생적인 참여로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였다.
이후 9월 한 달 동안 국내외 1백만명의 관람객이 행궁동 차 없는 마을을 방문해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생태교통을 체험했다.
행사 기간, 행궁동에서는 자동차에게 도로를 내주고 사람이 피해 다니던 교통체계에서 사람이 주인이 되는 생태교통이 실현됐다. 뒤집혔던 도로의 갑과 을이 원위치를 회복하면서 방문객들은 길을 걸을 때 차를 피해가지 않아도 됐다. 도로 가운데를 천천히 걸어가도 자동차가 길을 비키라고 빵빵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같은 수원시민과 행궁동 주민의 불편체험은 세계 인류에게 차량 이용을 자제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생태교통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생태교통 페스티벌 기간에는 다양한 국제행사가 열렸다.
이 중 ‘생태교통 수원총회’에는 세계 45개국 95개 도시 대표가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래 교통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개최 도시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조연설에서 “온실가스 80%가 전 세계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며 “수원시가 먼저 도전해 도시를 바꿔보겠다”고 세계 도시의 책임과 동참을 호소했다.
시는 세계 최초로 차 없는 마을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 생태교통 선도도시의 위상을 각인시키고 낙후된 원도심을 재생하는 결과를 얻었다.
대외적으로는 앞으로 세계 도시는 교통정책을 수립하며 생태교통을 도입하게 되고 수원시가 만든 생태교통 시스템 표준을 참고하게 될 것이다.
생태교통 메카도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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