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보수 최대70% 삭감… ‘보수공개 회피’ 꼼수?

보수 5억원 이상땐 공개해야… 총수ㆍ일가족 등 감소폭 두드러져

지난해 임원들에게 평균 5억원 이상 연봉을 지급한 기업들이 올해 보수를 많게는 70%가량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등기임원에 대한 개별 보수 공개를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평가업체인 재벌닷컴은 3일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가 평균 5억원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219개사(상장사 190개사, 비상장사 29개사) 중 절반 이상인 123곳이 올해 1~9월 지급한 등기임원 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까지 임원 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곳은 20개사다. 임원 연봉 하락률이 30% 이상인 곳이 45개사, 10% 이상 하락한 기업은 모두 81곳이었다.

이처럼 임원 연봉이 하락한 이유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연간 보수 5억원 이상 등기이사는 개인별 보수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등기임원 전체 보수총액과 평균 액수만 공개됐다.

총수나 일가족이 등기임원인 기업의 경우는 임원 보수 감소폭이 특히 컸다. 서경배 회장이 대표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18억2천900만원(9월 말까지 14억4천400만원)이었다. 반면 올해 9월까지 보수는 4억1천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2% 줄었다.

조양래 회장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9월 말까지 등기임원 1인당 평균 13억3천3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3억9천300만원으로 70.5% 줄었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30억원을 넘은 SK텔레콤, CJ제일제당은 올해 9월 말까지는 60% 이상 급락했다. 지난해 20억원대였던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도 50% 이상 줄어 들었다.

반면 계열사 법정관리로 4만 명의 투자자 손실을 부른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부부는 올 1~9월 보수를 45억원 넘게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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