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ㆍ외 기업들 ‘투자 러시’… ‘통일한국 중심도시’ 다진다

파주시, ‘경제 활성화’ 성공비결과 비전

“왕기가 성한 교하(현재의 파주)에 도성을 세워 국운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1612년(광해군 4년) 당대 최고의 풍수학자였던 이의신이 왕에게 건의했던 말이다.

현재까지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파주시가 통일수도의 최적지란 주장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통일이 된 후 서울이나 평양, 둘 중 어느 한 쪽을 수도로 정할 때 어느 쪽이건 의견 대립이 생길 수 있어 ‘제3의 도시’를 찾아야 하는데 파주시가 최적지라는 것이다.

더욱이 파주시의 최근 변화된 모습들은 그 가능성을 점차 높여주고 있다.

이에 본보는 그동안 발전을 거듭하며 ‘제3의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 파주시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비전을 살펴본다.

▲파주시 외자유치, 새역사를 쓰다

파주시의 지역발전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것은 바로 ‘외자유치’다. 파주시는 지난 2012년 이후에만 총 2조4천170억 원의 외자유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도 투자유치 총액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른 고용 효과 또한 1만9천14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이데미쯔코산’ 사(社)가 파주시에 300억 원을 투자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유리원판을 생산하는 일본 ‘NEG’ 사(社)의 전기초자코리아(EGkr)도 3단계까지 총 1조6천5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신규 외국인 투자가 없었던 경기북부 지역에 지난해 이데미쯔코산을 시작으로 ASE코리아, EGkr, 테크노포로라스코리아, CCI코리아, 올해 전기초자코리아 2차 투자까지 이어지는 등 파주시를 향한 외국기업들의 러시가 끝이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로 지역경제 활기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파주시가 첨단 기업도시로 부상하는 시발점이 됐다.

파주시는 LG디스플레이 유치를 계기로 LG이노텍과 LG화학 등 LG계열사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관련 해외기업까지도 유치하게 됐다.

인구 또한 급증해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던 해인 지난 2006년에만 중소도시에 불과하던 문산ㆍ월롱지역 인구가 3만여 명이 증가했다.

파주시 전체 인구를 보더라도 지난 2003년 24만여 명이던 것이 2006년 29만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는 4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접경지역에 세계 최대의 LCD 산업단지가 조성 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느꼈던 안보불안도 해소됐다.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이 미군 1개 사단 이상의 효과를 갖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지금까지 LG가 파주에 투자한 누적투자비만 총 20조원에 달하고 이로 인해 2만3천여 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지역경제도 함께 살아났다. 인구유입 증가로 음식점과 숙박업소, 편의점 이용, 부동산 거래 등 지역상권이 활성화됐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에서 파주시에 납부한 지방세만 총 104억여 원으로 파주시 전체 세수의 4.9%를 차지했다.

▲신속한 기업지원 시스템으로 투자열기 후끈

국내 대형 개발 사업들이 무산위기에 놓였지만, 파주시는 일본과 대만 기업들이 이미 들어와 있는데다 아랍과 중국 기업들의 투자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국내 첨단 및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외국인산업단지 인근 일반산업단지에 속속 입주하고 있어 당분간 투자 열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역 내 산업단지마다 70∼90%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0년 이후 218개 기업이 신규로 투자하는 상승효과까지 나타났다.

파주에 투자를 한 기업들이 가장 큰 투자유인책으로 꼽고 있는 것은 신속한 기업지원 시스템이다.

시의 투자기업과의 상담은 직접 해당 기업을 방문해 이뤄진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업 지원을 늘려 고객감동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이다.

지난해에는 시가 나서 ‘기업 SOS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구지정부터 첫 삽을 뜰 때까지 보통 2년 이상 걸리는 행정처리 기간이 파주에선 6개월이면 마무리된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지난 2008년 257건이던 시의 기업애로 처리실적은 201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천307건과 1천57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인간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투자유치 이끌어내

친밀감과 신뢰감으로 외국기업들을 감동시킨 것도 외자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월에는 전기초자코리아 2단계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이인재 파주시장이 일본 시가(滋賀)현 오쓰(大津)시에 있는 NEG 본사 공장을 방문했다.

이 시장은 교토(京都)대 출신인 아리오카 마사유키(有岡雅行) 사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太郞) 교토대 교수가 쓴 저서 ‘선(善)의 연구’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인간적인 친밀감을 쌓기도 했다.

아리오카 사장은 이 시장을 만난 직후 “파주시의 신뢰 있는 모습과 적극적인 노력에 감동했다”며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는 NEG사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제2공장 후보지로 대만과 파주시를 두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던 시기였다.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시가 나서 주민과 기업 간 신뢰를 심어주는 데 집중하면서 원만히 타결됐다.

NEG사가 처음 파주시에 진출하려 할 때 지역주민들은 기업유치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파주시 주선으로 NEG 사(社)에서 지역 주민들을 일본 시가현에 있는 본사와 나가하마시 타카치기 현지공장 등을 방문토록 초청했다.

일본현지 회사 방문으로 지역주민들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해소돼 이제는 주민들이 지역행사 때마다 이 기업 직원들을 초청해 식사대접까지 할 정도이다.

▲사통팔달 교통망도 지역발전에 한몫

서울보다 서울을 더 빨리 갈 수 있는 교통망도 인구증가와 지역발전에 한 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의선 복선 전철이 공덕역까지 개통되면서 서울 도심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광역급행(M)버스 신설로 강남은 1시간, 여의도는 45분이면 갈 수 있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도 편리해졌다.

문산에서 출발해 운정신도시를 거쳐 광주광역시와 창원까지 가는 고속버스 노선도 지난 9월부터 운행 중이다.

시민들의 높은 호응으로 현재 대전과 강릉방향 노선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GTX사업 3개 노선 중 하나인 고양시 킨텍스∼동탄 간 노선(46.2㎞)을 파주까지 7㎞더 연장하는 문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내년 1월부로 개정돼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당 법에선 광역철도의 전체구간을 50㎞로 제한을 뒀다.

파주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통일한국 중심도시’를 내세우며 또 한 번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기초로 남북 간 화해기류가 조성되면 통일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당장은 기업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시정운영의 핵심”이라며 “파주가 통일한국 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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